르완다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 역임
유엔 조사위 이끌며 '이스라엘, 가자지구 집단학살' 판단
노벨위 "평화와 국제법 발전 기여…개인·국가의 법치주의 준수 책임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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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 나비 필라이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유엔 인권최고대표와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을 지낸 나비 필라이(85) 국제사법재판소(ICJ) 임시 재판관이 2026년 노벨 평화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9일(현지시간) 평화 증진과 국제법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필라이를 2026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노벨위원회는 필라이에 대해 "탁월한 용기와 강직함을 바탕으로 더욱 포괄적인 국제법 질서 구축에 앞장서 온 인물"이라며 "전쟁 범죄와 반인도 범죄, 집단학살 범죄가 법의 심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해왔다"고 설명했다.
1941년 남아공 더반의 인도계 타밀족 가정에서 태어난 필라이는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뿌리 깊은 구조적 차별과 인종 분리 및 배제에 맞섰다.
변호사 활동 초기에는 옛 남아공 백인 정권의 흑인 분리·차별 정책인 아파르트헤이트에 저항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범들의 인권 보호에 힘썼다.
이어 1995년 남아공 고등법원에 판사로 임명된 후 르완다국제형사재판소(ICTR), 국제형사재판소(ICC)에서도 판사로 활동했다.
특히 르완다국제형사재판소가 성폭행이 반인도범죄뿐 아니라 집단학살 범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과정에서 필라이의 영향력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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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평화상 수상자 나비 필라이 [노벨상 엑스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
필라이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재임 시절인 2008∼2014년에는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지냈다. 반 전 총장은 직접 필라이를 인권최고대표로 지명했다.
유엔 인권최고대표를 지내면서는 세계 각국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고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본연의 임무를 다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유엔 차원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공식 제기해 북한 인권조사위원회를 설치 가동하고, 국제사회가 책임을 다하기 위해 북한을 ICC에 회부해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를 내놓았다.
2021∼2025년에는 유엔 팔레스타인 점령지 독립국제조사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이 조사위는 지난해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제노사이드(대량학살)를 자행했다고 규정했다.
당시 조사위는 보고서에서 이스라엘 정부와 군대가 2023년 10월 가자지구 전쟁 발발 이후 제노사이드 협약에 규정된 다섯 가지 대량학살 행위 중 집단 구성원 살해 등 네 가지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이에 이스라엘 정부는 이 보고서가 왜곡됐고 거짓이라며 조사위를 즉각 해체하라고 요구했다.
현재 필라이는 미얀마가 집단학살 혐의로 제소된 ICJ 사건에서 재판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필라이는 역사적인 국제 재판을 통해 법적 조치가 전쟁과 폭력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노벨위원회는 짚었다.
노벨위원회는 "필라이는 국가와 국가 지도자에게 책임을 물었으며 폭력과 분쟁의 피해자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며 "자신이 맡은 모든 직책에서 개인과 국가가 법치주의를 준수해야 할 책임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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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벨평화상 수상자 나비 필라이 [AP=연합뉴스. 재판매 및 DB 금지] |
이처럼 이번 노벨평화상 발표에서 노벨위원회는 전쟁과 분쟁이 증가하는 세계에서 평화를 위해 꼭 필요한 국제법과 법치주의의 중요성을 특히 부각했다.
노벨위원회는 "올해 노벨평화상 수여를 통해 국내외 법치주의가 평화를 보장하고 분쟁을 비폭력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우리가 구축한 체계의 근간이라는 사실을 세계에 상기시키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날 판사들이 제재받고 사법기관들이 공격받는 상황에서 용기와 비전, 결단력을 갖춘 인물들이 필요하다"며 "이는 필라이가 재판관으로 활동하면서 보여준 자질"이라고 덧붙였다.
ICC 재판관을 지낸 필라이의 노벨평화상 수상으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ICC 간 갈등에도 다시 이목이 쏠린다.
트럼프 행정부는 ICC 재판관들을 대상으로 제재를 부과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유엔총회 연설에서 ICC를 "통제 불근의 기관"이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해 수상자인 베네수엘라 야권 지도자 마리아 코리나 마차도에 이어 2년 연속 여성이 노벨평화상을 받게 됐다.
노벨상 수상자는 상금 1천200만 스웨덴 크로나(약 16억1천만 원)와 메달, 증서를 받는다.
올해 노벨상 수상자 발표는 지난 5일 생리의학상 수상자 공개를 시작으로 물리학상·화학상·문학상 등 순서로 이뤄졌고, 오는 12일 경제학상 수상자 발표로 마무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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