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12년 4월, 오스트리아의 젊은 화가 에곤 실레가 체포됐다. 노골적인 나체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에서였다. 그의 그림은 고전적 이상미를 구현한 전통적인 누드화와는 달리 뒤틀리고 적나라했으며 성적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냈다.
당국은 그의 그림을 '외설물'이라고 규정하고 압수하고 실레를 감옥에 가뒀다. 공판에서는 재판장이 "공공의 도덕을 타락시킨다"며 그의 그림 한 점을 법정에서 직접 불태우기도 했다.
그러나 한 세기가 지난 오늘날 그의 작품은 세계 유수 미술관에 소장되고 수백만 달러에 거래되는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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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곤 실레 작 '포옹하는 두 여성'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신간 '선 넘는 미술사'는 한때 외설로 낙인찍혔던 작품들이 어떻게 미술사의 걸작이 됐는지를 추적한다. '예술은 언제 외설이 되는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근대 이후 누드화를 둘러싼 검열과 논쟁을 통해 표현의 자유에 관한 역사를 되짚는다.
책은 에곤 실레 외에도 구스타브 쿠르베와 에두아르 마네, 구스타프 클림트, 아메데오 모딜리아니 등 근대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따라가며 그들이 왜 비난받았고, 어떻게 미술사의 주인공으로 복권됐는지 소개한다.
빅토리아 시대 영국에서는 미켈란젤로의 '다비드' 상 성기를 가리기 위해 탈착식 무화과나무 잎을 따로 제작했고, 모딜리아니의 개인전은 누드화에 음모가 표현됐다는 이유만으로 개막 몇 시간 만에 경찰의 철거 명령을 받았다. 실레는 외설 혐의로 구속됐고, 클림트의 관능적인 여성상은 '타락한 신화'라 비난받았다.
지금은 교과서에 실린 명화들이 당대에는 전시 거부와 압수, 심지어 체포까지 불러왔다는 사실은 예술을 바라보는 사회의 기준이 시대에 따라 얼마나 달라지는지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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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두아르 마네 작 '올랭피아' 2023년 9월 29일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 전시된 에두아르 마네의 작품 '올랭피아'를 감상하는 관람객들. [EPA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
저자는 근대 예술이 신화 속 이상화된 육체에서 현실의 몸으로 시선을 옮긴 과정을 설명한다.
근대 화가들은 신화와 종교 속 이상적인 인물 대신 사랑을 나누는 연인, 성매매 여성, 옷을 갈아입는 평범한 여성 등을 화폭에 담으며 기존의 누드화 관념에 균열을 냈다.
현실의 욕망과 육체를 있는 그대로 드러낸 그림들은 당대의 도덕관념과 충돌했고,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둘러싼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시대는 달라졌지만 무엇을 허용하고 금지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문제는 지금도 계속된다.
과거에는 판사와 성직자들이 예술의 경계를 판단했다면, 오늘날에는 플랫폼의 가이드라인과 알고리즘이 그 역할을 대신한다. 책은 검열의 방식과 주체는 달라졌지만 표현의 자유를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고 말한다.
저자 이지호는 20세기 미국 디자인을 대표하는 조지 처니의 조교로 일했고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전통 미술과 디지털 기술의 융합 과정에 관해 공부했다. 미국과 한국에서 UX 디자이너와 현대미술 전시 기획자로 일했으며, 현재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한경arte. 28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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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선 넘는 미술사』 -이지호](/news/data/20260705/p1065608162864768_457_h2.p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