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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영호 미디어 시시비비 편집국장 |
지난 3월19일 장중 1439로 무너졌던 코스피 지수는 6개월만에 1천포인트 가까이 상승하며 2,400선을 넘었고, 코스닥도 100% 이상 뛰어오르며 900선을 눈앞에 두고 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는 증시흐름을 주도하는 주체가 ‘기관과 외국인’에서 ‘개인’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불거지면서 외국인과 기관이 팔아치운 물량을 개인이 고스란히 받아내며 지수를 방어한 것을 빗대어 '동학 개미 운동'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 무렵 증시로 유입된 개인투자자 자금은 무려 70조원 이상으로 여기에 선물옵션 자금까지 더하면 8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정부가 코로나19 위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대대적인 ‘돈 풀기’에 나서면서 결국 시중에 넘치는 유동자금이 부동산을 대체할 투자처를 찾아 하루 평균 약 6천억원 가량 증시로 몰린 때문으로 분석된다.
특히 2030세대의 경우 비대면 경제거래가 보편화되고 안정적인 일자리가 사라지는 시점에 노후대비를 위한 안전자산에 투자하는 것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생존전략으로 인식하면서 휴대폰 소액결제와 정보이용료, 구글 플레이스토어 결제 및 온라인 상품권 등의 현금화를 통해 주식을 조금씩 사모으고 있다.
아울러 평생을 ‘적게 쓰고 무조건 예금 올인이 미덕’이라는 시대를 살았던 8090 노령층들도 초저금리시대를 맞아 재산가치가 점점 줄어들자 앞다퉈 대어급 공모주 청약에 과감히 통장을 털어 뛰어드는 등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주식광풍’이 불어닥치고 있는 형국이다.
이런 과정에서 지난달 5대 주요 은행의 개인신용대출 잔액이 7월말보다 4조755억원 가량 늘어나는 등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과 ‘빚투’(빚내서 투자)가 빠른 속도로 만연되고 있어 주변의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초보 주식투자자인 ‘주린이’(주식+어린이)들의 경우 증권사에서 주식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신용융자까지 서슴없이 동원함으로써 문제의 심각성을 더해주고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6조4천억원대에 달했던 신용융자는 6개월 만에 3배 가까이되는 17조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조만간 사상 초유로 20조원을 돌파할 정도로 시장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경기가 침체되고 실물경제가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나홀로 ‘열광의 도가니’에 빠진 지금의 증시상황을 결코 정상적이라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막대한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넘치는 유동성은 정작 소비진작으로 이어지지 않고 금융권에 계속 잠겨있는 현재 상황속에서 자칫 단기수익을 노리고 고평가된 위험자산에 투자했다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주가가 폭락할 경우 과도한 부채에 의존한 지금의 빚투는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것은 마치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상기류를 감지한 듯 금융당국은 최근 부랴부랴 신용대출 규제와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이미 조건을 갖춘 사람들은 거의 다 대출을 받아간데다, 시중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대출 총량 관리에 들어갔기 때문에 전형적인 뒷북정책이요 사또떠난 뒤에 나팔부는 꼴이라 아닐할 수 없다.
오히려 금융당국의 신용대출 규제는 자칫 저소득·저신용자의 생활자금 대출에 악영향을 끼치거나 금리가 올라가는 등의 부작용과 피해를 야기할 우려마저 안고있다.
은행 입장에선 어차피 대출 총량을 관리해야 하기에 서민층 등 저소득·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대출보다는 연체 가능성이 작고 우량 고객으로 분류되는 고소득·고신용자들에 대한 대출에 치중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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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찌기 美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펀 前 의장온 "현대사회에서 글자를 모르는 것보다 금융에 무지한 것이 더 힘들고 비참할 것"이라며 ‘금융문맹’의 위험성을 경고한 바 있다.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추석을 앞두고 귀향은 커녕 코로나19로 생계조차 막막한 저소득·저신용자들에겐 정작 금융문맹보다 더 무서운 ‘금융문턱’ 탓에 그 어느때보다 야속한 보름달을 바라보며 애꿎은 소주잔에다 속절없는 화풀이를 해대며 그저 눈물방울만 보탤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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