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영백의 不偏不黨] 윤 대통령이 돌아와야 하는 이유

김영호 기자 / 기사승인 : 2025-02-17 15:2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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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층이 분노하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 개인이나 여당에 대한 지지를 떠나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며, 대한민국이 바르게 서야 한다는 간절함

▲유영백 편집위원

 

12.3 계엄 선포 이후 한국 사회는 이전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내홍에 빠져있다. 정부는 있으나 그것을 담당할 사람들이 그 자리에 있지 않다. 최고의 콘트롤 타워인 대통령도 없고 국무총리도 없다. 연일 대통령 탄핵에 대한 찬반 집회로 전국 곳곳이 몸살을 앓고 있다. 국민총소득이 일본을 앞지르고 노벨문학상 수상에 K로 시작되는 온갖 국가적 브랜드 가치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은 내전을 치르는 듯한 양상을 수개월째 보이고 있다. 현직 대통령이 구속되던 그날 이후 국민은 참담한 심정으로 혼란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이 시점에서 이 혼란의 본질을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멀리 거슬러 올라갈 것 없이 최근 몇 년의 상황을 살펴보자. 한국 사회에는 정치가 없었다. 0.73%라는 근소한 차이의 지난 대선 결과가 이미 혼란의 씨앗을 잉태하고 있었다. 게다가 의회 권력이 압도적으로 야당에 있으므로 해서 강 대 강, 힘 대 힘으로만 여야가 부딪쳐왔다. 여당인 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이 보여준 세련되지 못한 정치적 무능함에 야당의 집요하고도 끈질긴 대통령 발목잡기와 그로 인한 정국의 난맥상이 오늘날 혼란의 근본에 자리하고 있다. 민주정치가 갖는 근본적 작동 원리인 ‘상호 관용’과 ‘제도적 자제’의 부재로 우리 정치에는 설득이나 타협이 설 자리가 없었다.

계엄 사태의 귀책 사유는 민주당의 입법 폭주에 있어

윤석열 대통령은 돌아와야 한다. 윤 대통령이 돌아와야 하는 이유로 우선 탄핵 사유가 석연치 않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로 계엄은 내란이고 헌정 유린이라 했지만, 이번 계엄 사태를 몰고 온 것과 지금의 혼란한 나라 상황에 대한 책임은 누가 뭐래도 의회 다수당인 민주당의 몫이다. 민주주의는 삼권분립의 원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특정 권력의 일방적인 우위를 배제하고 각 권력기관의 본질적 기능을 조화롭게 유지하면서 궁극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것이 권력분립 원칙이 추구하는 이상(理想)이다. 그것은 국가권력의 기계적 분립과 엄격한 절연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 상호 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한 국가권력의 통제를 의미하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로 국가의 역할이 커지면서 불가피하게 행정부의 권한이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현대 국가에서 국민 복지와 관련된 사무가 크게 늘고 행정부 관리들의 전문성과 효율성이 커지면서 행정부의 활동이 입법부나 사법부의 활동보다 커진 것이다. 국가의 살림을 책임져야 하는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으로서는 야당의 줄 탄핵과 예산의 일방적 삭감을 통한 의회 폭주를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입법부의 행정부에 대한 견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유지하고 국민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일에 근거해서 행해져야 하는 것이지, 자당의 대표를 방탄하고 행정부를 마비시키고 나아가 오로지 집권만을 위한 것이어서는 안 되는 것인데도 말이다.

1988년 13대 총선에서 처음 경험한 이후 22대 국회인 지금까지 다섯 번의 여소야대를 지나오지만, 지금처럼 야당이 정부 여당을 힘들게 하지는 않았다. 민주주의는 가진 힘을 규범으로 자제함으로써 가꾸어 가는 연약한 제도다. 법을 가장한 민주당의 과도한 의회 폭주는 ‘제도적 폭력’에 다름 아니다. 아무리 합법적이더라도 한 정치 집단이 법을 악용하여 국가에 고의적인 위해를 가하는 행위는 폭력이다. 계엄 선포 이후 두세 시간 만에 국회 의결로 계엄이 해제되었다. 비록 무모하긴 했지만,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발휘해 계엄을 선포하는 것이 그의 권한이듯이 국회는 자신들의 권한을 이용해 그것을 해제시켰다.

계엄은 연성 위기(soft crisis)에 대한 대통령의 고유 권한

윤 대통령이 돌아와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발휘해야 할 만한 상황이었다는 데 대한 공감이다. 국가의 비상 상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전쟁, 내란, 외국의 침략 등 국가의 존립이 위협받거나, 또는 대규모 재난이나 치안 불안으로 인해 정부 기능이 마비될 위기에 처하는 '경성 위기(Hard Crisis))'와 헌정질서가 붕괴되거나 정상적인 행정·입법·사법 기능이 작동하기 어려운 상태인 '연성 위기(Soft Crisis)’로 나눌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자신의 계엄 선포의 사유를 연성 위기로 설명했다. 대한민국이 2024. 12. 3. 밤을 기준으로 경성 위기는 아니었지만, 윤 대통령이 연성 위기로 판단했다면 그 해결을 위한 유일한 수단인 계엄의 발동 여부는 대통령의 고유한 판단 권한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대통령이 '연성 위기'였다고 이야기하는데, 헌재가 '경성 위기'를 갖고 따진다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

12.3 계엄 직후부터 초기에는 많은 수의 국민이 계엄 그 자체에 대해 비판하며 윤 대통령을 비난했다. 하지만 많은 국민이 시간이 지나면서 민주당-공수처-법원-헌재 속에 있는 비정상적인 정파, 이념적 카르텔이 초래하는 '연성 위기'의 존재를 점점 더 실감하면서 탄핵 반대로 돌아서고 있다. 특히 2030 세대들이 그날의 불가피한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거리로 뛰쳐나와 자유민주주의 체제가 위협받고 있다는 현실을 윤 대통령 탄핵 저지를 매개로 스스로 집결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이 윤 대통령이 돌아와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마지막으로 윤 대통령이 돌아와야 하는 이유는 조기 대선의 부당함이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만들어진 헌정질서를 존중하고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대통령선거의 본질은 일정한 동안 권력을 위임하는 것으로, 제헌의회 때는 국가 수립의 과정이었으며 군부독재 시절에는 민주화로 가는 도정(道程)이었다. 80년대 중반까지 한국 정치사회를 뒤덮은 민주화 투쟁의 중심적 과제는 대통령선거의 민주성을 확보하는 것이었다. 5년간 맡겼으면 기다려야 한다. 그리고 다음 선거에서 심판하면 된다. 그것이 민주주의다.

조기 대선의 부당함과 윤 대통령의 결단

조기 대선이 있어서는 안 되는 이유는 지금의 국가적 분열을 치유하기는커녕 더 증폭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갑작스럽게 치러지는 대선은 또 다른 졸속한 지도자를 만들어낼 뿐이고, 지금의 상황에서 또 다른 분열을 야기할 뿐이다. 어느 당의 누가 되어도 혼란은 계속될 것이고, 나라는 두 쪽으로 나뉘어질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다시 말하지만, 윤 대통령은 돌아와야 한다. 윤 대통령의 복귀만이 지금의 분열과 갈등을 어느 정도라도 잠재우며 사회 전체가 연착륙할 수 있다.

다만 윤 대통령이 돌아오되 이미 우리 사회의 분열과 분노의 중심에 있었던 사람으로서, 대통령으로서 책임을 통감하고 남은 임기의 절반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옳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개헌적 논의를 비롯하여 정당들이 바람직한 다음 후보를 낼 수 있는 시간을 벌어줘야 한다. 더불어 그간 해왔던 외교와 안보에 대한 자신의 역할을 잘 마무리하는 것이 윤 대통령이 국민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봉사다.

윤석열 대통령은 본인이 원했든 원하지 않았든 역사의 심판대에 섰다. 한 정권의 수장으로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역사에서 어떤 해석으로 남을지 모를 한 지점에 서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이 될 때도 그랬지만 비껴갈 수 없는 역사적 운명 앞에 자신이 서 있음을 알아야 한다. 탄핵 반대 지지자가 계속 늘어가는 것은 결코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만이 아니다. 윤 대통령으로 대변되는 대한민국의 국가적 가치, 즉 자유민주주의의 가치 수호를 위해 국민적 결속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한국 사회 곳곳에 나타난 좌편향 일색의 카르텔에 대한 분노가 솟구치고 있는 것이다. 보수층의 인내심은 총선 이후 민주당의 극단을 치닫는 입법 독재 행태를 보며 한계점에 달했고, 계엄 이후 한덕수 탄핵, 공수처와 헌법재판소의 균형 잃은 행보에서 결국 폭발했다. 보수가 화가 난 것은 윤석열 대통령 개인이나 여당에 대한 지지를 떠나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며, 대한민국이 바르게 서야 한다는 간절함에서 분노하고 결집하고 있는 것이다.

12·3 계엄을 형법상 내란죄로 몰아가 정국 흐름과 사법 절차까지 왜곡했으나, 초기 와 달리 증언자들의 진술이 바뀌면서 계엄 선포가 내란죄에 해당하느냐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미 이에 대한 조사와 재판이 진행될 것이니 차분히 지켜볼 일이다. 공수처의 무리한 대통령 체포도 수사권 논란에도 불구하고 공수처가 현직 대통령을 체포할 수 있었던 것도 내란 프레임 때문이었다. 윤 대통령이 당선된 순간부터 선거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렇듯 민주주의 제도와 민심을 망가뜨릴 수는 없다. 이것이야말로 자유민주주의에 대한 반체제적 발상이고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유린하는 반국가적 선동이다. 지금의 광기를 잠재울 수 있는 것은 우리 국민 스스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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