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칼럼] 중도층은 집권 여당을 바라본다 : 중도층 패싱 땐 총선도 패싱

김영호 기자 / 기사승인 : 2023-06-14 16:2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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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백 편집위원(정치학 박사)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9개월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민의힘은 여소야대 정국을 뒤집고자 안간힘을 쓰고, 총선의 중요성과 승리의 당위를 얘기하고 있지만, 여론이나 실재는 좀처럼 달라지지 않고 있다.

집권 여당은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해법이 현재로선 없어 보인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우선 중도 유권자를 설득해야 하지만 최근 상황은 오직 기존 지지층 결집에 더 열을 올리는 모습이다.

정부 여당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모이면 내년 총선을 걱정한다. 그러나 그다음이 없다. 그러고 묻는다. 대안이 뭐냐고. 그 대안은 지금 당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오래 전에 적어도 6개월 전에 있었다.

그러나 듣지 않았다. 자신감이 지나쳐 오만하거나 그들만의 리그 사람들에 둘러싸여 현실을 직시하지 못한 탓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일각에서조차 극우라고 치부되고 있는 세력들을 은근히 넘겨다 보고 있다. 확실한 선 긋기를 하거나 해야 한다고 역설하는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정당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정당이 아닌 다른 종파적 집단과 연계하려는 것은 정당 정치에 크나큰 위기적 징후가 아닐 수 없다. 이건 결코 중도층의 표심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여기에다 잊을 만하면 터져 나오는 당정 간 불협화음과 여권 핵심 인사들의 부적절한 언행이 집권당의 입지를 더욱 좁히고 있다. 지난날 김재원 최고위원의 전목사 발언과 그에 따른 지도부 내의 서로 간의 질타, 거기다 홍준표 시장과 김기현 대표 간의 설전 등, 그 어느 것도 국민의 눈에 거슬리는 것들 뿐이다.

최근에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두고도 정부와 여당 간에 의견이 다르다. 뿐만아니라 이슈 선점에서도 야당에게 밀리는 형국이다. 국민들의 보통적인 정서를 읽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선이 끝나자 소위 윤핵관을 둘러싸고 많은 잡음과 갈등을 보여주면서 지지자들과 국민들을 실망시켰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 최근 송영길 전 대표의 돈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의 코인 거래 등 숱한 악재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을 크게 앞서지 못하다가 최근에는 민주당에게 추월까지 당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기현 대표 / 김기현 의원실


현직 대통령 국정지지율 45% 넘어야 총선 과반 넘봐

안보문제와 경제문제에 대한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않는다면 중도층의 표심은 물 건너간다. 싫든 좋든 내년 총선은 윤 대통령에 대한 중간평가다.

아무리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뭔가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강변하더라도 말이다. 아직도 윤 대통령에 대한 국정지지율은 30% 후반을 오르내리고 부정 평가는 60%에 육박한다. 정치권에서는 선거일 당시 현직 대통령의 국정지지율이 최소한 45%를 넘어야 총선 과반을 넘볼 수 있다고 전망한다.

20대 총선이 치러진 2016년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은 여론조사에서 야당에 크게 앞서고 있었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선거에서 참패했다. 총선 당시 새누리당 지지율은 37%, 민주당은 20%, 국민의당은 17%였고,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39%에 머무르고 있었다.

그 결과 새누리당은 122석, 더불어민주당은 123석, 국민의당은 38석을 차지했다. 집권 여당의 참패였다. 그리고 박 대통령은 탄핵으로 권좌에서 내려왔다. 21대 총선은 어떤가. 2020년 총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59%로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정당 지지도 역시 민주당이 44%로 미래통합당 23%를 훨씬 앞서고 있었다. 결과는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윤 대통령이 노동·연금·교육 개혁 등 시대적 과제들에 대해 이해 당사자의 반발에도 굴하지 않고 강경하게 밀어붙이는 뚝심은 어느 정도 인정받고 있고, 한미동맹 중시나 미래를 위한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결단에 대해서도 전문가들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적되고 있는 것은 관련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더 많은 소통과 갈등 조정 능력의 부재이다. 지나간 몇 가지 예를 들어보자면, ‘주 69시간 근무’를 둘러싼 갈등도 정책 홍보의 실패이고, 출산 장려 정책의 일환으로 세 자녀 가장 군 면제 아이디어도, 작지만 지하철 혼잡역 무정차 통과 결정의 번복도 한결같이 정부의 정책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들이었다. 이래서는 윤 대통령의 과단성 있는 추진력과 결단이 빛을 볼 수 없다. 당정이 더 긴밀히 협의하고 교류하면서 민심을 세밀히 살펴야 한다.

중도층의 마음을 잡는 쪽이 총선 승리


그 여느 때보다도 지금과 같이 팬덤 정치가 성행할 때는 이미 양극단의 지지층은 선거 결과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결국 중도층의 마음을 잡는 쪽이 승리하게 되는 것이다. 중도층이 뭔가. 국가와 국민의 미래를 걱정하며 어느 진영에든 함몰되지 않으며, 건전한 비판에 귀 기울이며 합리적인 사고를 근간으로 하는 사람들이다.

막말과 편향된 의식으로 상식을 벗어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음을 천명하는 사람들이다. 정치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다. 하지만 정치공학적 계산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정체성과 순리, 정의와 상식에 맞는 길을 찾아갈 때 정당은 긴 생명력을 가질 수 있고 정치는 그 본래의 의미를 찾게 된다.

윤석열 정권에 대해 보수 진영 모두가 자신들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그리고 청구서를 내민다. 틀린 말은 아니다. 어느 한 곳만 비었어도 0.73% 차이를 만들 수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맞는 말도 아니다.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들의 노력과 행위를 상수로 보고 자신만을 변수로 보는 우를 범하고 있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의 투표 결과는 그대로 있고 자신의 투표 행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면 모르지만, 우리 각자는 서로 알 수 없이 그냥 최선을 다해 투표 행위를 할 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연일 뿐이다. 그러니 우리 아니면 정권교체 안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유치한 떼쓰기이거나 아니면 오만함이다.

내년 집권 여당이 과반을 얻어야겠다면, 참으로 간절하다면, 다음 몇 가지에 유념해야 한다.

첫째는 앞서 말한 바대로 중도층의 표심을 기를 쓰고 잡아야 한다. 그들의 건전한 비판에 귀 기울이고 상식과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정책과 비전을 보여줘야 한다. 말 없는 다수의 침묵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그건 집권 여당의 겸손이다. 무례하거나 오만하면 끝장이다.

둘째, 정치는 집단이 하는 것처럼 보여도 결국은 사람이 한다. 정치에서 개인과 집단을 결코 분리하여 말할 수 없다. 정당에 대한 이미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개인의 참신함과 건강한 상식은 유권자의 표심을 움직일 수 있는 최고의 담보다. 사람을 잘 가려 공천하라는 얘기다.

벌써부터 어디선가 공천에 대한 흉흉한 소리가 들린다. 어느 특정한 집단의 사람들이 대거 공천될 것이라는 말들이 난무한다. 끝으로, 윤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가 왜 그리 올라가지 않는지에 대해 곰곰이 따져봐야 한다. 시중에 떠도는 막연한 얘기도 좋고, 분석가들의 논리적인 얘기도 좋다. 왜 그런 얘기들이 들리는지 무겁게 들어야 한다. 제발 여론조사 기관의 편파성에 의지하여 스스로 합리화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길 바란다.

‘그래도, 선거’ : 선거는 과학이다


2024년 4월 11일 아침 조간신문, “집권 여당 국민의힘 과반 승리, 윤 대통령 개혁 동력 얻어” “집권 여당 국민의힘 선거 패배, 윤 대통령 남은 임기 가시밭길”. 어느 문구가 장식될지 아무도 모른다. 다만 지금 순간순간의 선택이, 말 한마디 한마디가 분명 어느 쪽이든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선거는 과학이다. 철저히 민심을 기반으로 한 행위이며 결과이다. 우격다짐으로 또는 막연한 바램으로 나올 수 있는 결과가 아니다. 정치가 4류라는 욕을 들어도 정치는 우리의 삶 속에 엄연히 실재한다. 시절마다 다가오는 선거는 그래도 유권자에게 희망을 준다. 표심은 천심이기에.

[출처 : 모닝포커스(http://www.morningfocu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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