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의 시시비비]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3가지 풍경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4-05-20 08:5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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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야당 대표가 국회의장을 지명?
[2] 수상한 중앙선관위를 그냥 둔다?
[3] 대통령의 거부권을 박탈한다?

 

 

최근 우리나라 정치뉴스 중에 도무지 납득이 되지 않는 일 중 으뜸은 민주주의의 대원칙인 삼권분립의 질서가 처절하게 무너지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가 구현되지 않는 웬만한 미개한 나라에서도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해괴한 일들이 연거푸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은 몸 둘 바를 찾지 못할 만큼 큰 부끄러움을 부른다. 어쩌다가 이 나라가 이 지경까지 왔는지, 도대체 어디에서부터 무엇이 잘못됐는지 헤아리는 일조차 버거운 게 현실이다.

 

지난 4.10총선 이후 많은 국민이 자조(自嘲)에 빠져 있다. “이 나라에 희망이 없다”, “아무래도 나라가 망하게 생겼다”, “뉴스 보기가 싫어졌다무수한 낙망과 극언들이 시중을 굴러다닌다. 정치도, 나라의 기강도, 국민의 윤리도 모조리 무너져 가는 현상 속에서 점차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진짜 원인은 무엇일까. 나라의 위상이 추락하고, 국민은 천박한 정치에 휘둘리고 있다. 도대체 왜 이 지경인가?

 

 

[1] 야당 대표가 국회의장을 지명하는 나라?

 

작금 일어난 사태 중 상식적으로 가장 납득이 안 되는 일은 더불어민주당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해괴한 국회의장 후보 선출해프닝이다. 친명계(친 이재명 계) 일색으로 공천을 하여 지난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이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그 계파 정치인들이 기고만장이다. 국회 절대다수의 힘으로 온갖 특검법을 앞세운 협박 정치를 일삼으면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까지 추진하겠다는 의중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이재명 대표에게 여의도 대통령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이는 일이 벌어졌다. 여당발 발언은 한탄하는 소리로, 친야 언론에서의 등장은 아첨하는 소리를 들린다.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이 대표는 여의도 대통령수준이 아니라 가히 여의도 황제급 위상을 뽐내는 수준이다. 세상 사람들은 그가 지금도 수시로 재판을 받으러 다니는 피의자라는 사실을 다 잊은 듯하다. 아니, 잊은 게 아니라 그냥 익숙해졌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이다. 재판에 임하는 그의 태도 역시 갈수록 더 뻔뻔하거나 당당해지고 있다.

 

어차피 민주당 안에서 결정되는 인물이 국회의장이 되는 구조인 것은 맞다. 그러다 보니 국회의장이 돼보겠다고 나서는 이들이 경쟁적으로 친명어필을 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 심지어는 자신이 이재명 절대 존엄(?)으로부터 윤허를 받은 것처럼 언동하는 해프닝도 서슴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하나씩 후보들이 정리되더니 추미애 의원당선자와 우원식 의원 둘만 남았고 선거결과는 우원식 의원의 승리였다.

 

일각에서는 추미애가 9표 차이로 낙선한 일을 놓고 엄청난 이변인 것처럼 떠들어대지만, 다 부질없는 잡소리다. 일부 언론사들이 추미애 당선이라고 오보까지 냈다 하니 어느 정도 의외의 결과인 것은 맞지만, 민주당에 대단한 후폭풍을 불러올 것처럼 말하는 것은 분명한 오류다. 문제의 핵심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가장 이상한 국회의장이 의회를 편파적으로 운영할 게 명약관화한 현실에 있다. 국회의장 후보들이 하나 같이 그렇게 장담하고 대든 선거 아닌가.

 

민주주의를 표방하는 세상 그 어느 나라가 야당 대표에 의해 국회의장이 낙점되는 권력 구조를 운영하고 있나. 의장 후보들이 특정 정당 편을 들겠다고 노골적으로 공약하는 나라는 또 어디에 있던가. 이 기형적인 국회의장 선출 풍조와 그 결과가 빚어낼 가공한 결과가 두렵기 짝이 없는 형국이다. 하고한 날 탄핵이네, 특검이네 하고 독주 나팔 소리를 내게 될 민주당의 하부 선동조직으로 전락한 대한민국 국회의 앞날이 걱정스럽다.

 

 

[2] 중앙선관위 국민불신 40%, 이런 나라가 어디 있나.

 

이 나라의 민주주의 기둥이 흔들리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4·10총선을 비롯한 선거 투·개표 관리에 대한 국민불신이 심각하다. 한 점 티끌도 없어야 할 선관위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곧바로 부정선거 가능성으로 이어지면서 엄정한 검증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심판의 공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운동경기는 절대로 방치돼선 안 된다. 신뢰수준이 이 정도라면 선관위는 전면 해체 수준의 개혁이나 재조직이 시급하다. 이대로는 안 된다.

 

 

언론비평 시민단체 바른언론시민행동이 한국여론평판연구소(KOPRA)에 의뢰해 지난 7~8일 실시한 선거 투·개표 관리에 관한 여론조사의 결과, 응답자의 무려 40%가 선관위의 선거 투·개표 관리를 불신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혀 신뢰하지 않는다17%, ‘신뢰하지 않는 편23%였다. ‘신뢰한다고 응답한 이들은 56%였다.

 

·개표 과정에서의 부정선거 가능성 질문에 가능성이 높다고 답한 이들은 37%였고, ‘가능성이 낮다고 응답한 이들은 56%였다. 특히 선관위 투·개표 관리를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이들 중 73%가능성이 높다는 데 동의해 선관위에 대한 불신이 부정선거 의혹으로 이어지는 현상을 보였다.

 

·개표 과정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46%, ‘공감하지 않는다’ 49%로서 불과 3%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아울러 4·10 총선에서 부정선거 의혹 주장에 대한 조치로 62%검증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사전투표 관리 소홀에 따른 부정선거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가능성이 높다는 응답이 41%, ‘가능성이 낮다는 응답은 54%였다. 이건 다수결의 영역이 아니다. 1%도 불신이 나와서는 안 되는 절대 (Rule)’의 문제다.

 

공명선거는 민주주의의 생명선이다. 지난 202211월 독일 헌법재판소는 선거 당국의 총체적 부실 운영을 이유로 베를린 지방선거를 전면 무효화했다. 독일의 사례는 부실·부정선거 의혹은 터럭만큼도 용서하지 않아야 비로소 민주주의가 지켜진다는 엄정한 원칙을 증명한다. 우리의 현실에 대입해보면 참으로 기가 막힌 오늘의 상황을 절감케 한다. 대한민국의 선거 역사에서 어떻게 이런 풍조가 가능한 것인가.

 

지난해 10월 국가정보원 등의 합동 보안 점검 결과 선관위는 통상적 방법만으로도 투·개표 조작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감사원의 선관위 채용 등 인력관리 실태감사 결과 10년 사이에 인력 채용 규정 위반 1200여 건, 중앙선관위 124차례·지방선관위 167차례 경력직 채용 모두에서 비리·규정 위반이 저질러졌다.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친인척을 줄곧 부정 채용해 온 썩은 집단 선관위의 선거 관리 공정성을 무슨 수로 믿나. 선관위를 전면 리세팅(Resetting) 해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3] ‘국회 다수독재는 합헌이고, ‘대통령 거부권은 위헌?

 

윤석열 대통령은 임기 2년 동안 재의요구권(거부권)9차례 행사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입에 거품을 물고 비난을 퍼붓는다. 불통이네, 민심을 거스르고 있네, 오만 악담을 다 동원해 선동에 열을 올린다. 민주당 2중대도 나섰다. 군인권센터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등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채상병 특검법거부권 행사 고심 입장을 놓고 국민의 찬성의견이 압도적 다수라는 점을 들어 맹비난을 퍼부었다.

 

 

급기야 민주당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장인 윤호중 의원은 22대 국회의 첫 임무로 대통령의 권한 남용 제한과 무()당적화를 위한 원포인트 개헌을 제안했다. 윤 위원장의 생각과 발언은 민주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게 한다. 야당 대표의 국회의장 지명 소동에 이어 국회 다수당 더불어민주당이 민주주의의 요체인 입법·행정·사법 간 삼권분립 기둥을 무너뜨리려는 흑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다.

 

삼권분립 원칙은 정치사상가 몽테스키외가 1748법의 정신이라는 책에서 처음 제창한 민주주의의 핵심 원칙이다. 민주주의를 표방한 나라에서는 어김없이 권력 집중 방지와 입법·사법·행정 삼권 간 견제·균형을 통해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보장하는 삼권분립을 민주주의의 원칙으로 작동시킨다. 입법부는 국정감사와 탄핵소추를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행정부는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대해 거부권을 통해 입법부의 폭주를 견제한다.

 

대통령의 헌법적 권리인 거부권 무력화를 통해 삼권 기둥 중 하나의 밑둥치를 아예 잘라버리려고 하는 민주당의 시도는 오만방자하고 위태롭다. 민주당이 굳세게 주장하는 다수결 원칙은 필요악의 제도일 따름, 그 불완전성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결코 금과옥조일 수 없는 다수결의 태생적 한계를 보완하는 최후의 보루로서 창안된 것이 바로 행정부 수장의 거부권이다. 국회의 다수결과 똑같이 존중돼야 할 권리가 대통령의 거부권인 것이다.

 

현 대통령이 임기 2년 동안에 무려 9차례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는 것은 그만큼 여소야대 국회에서 다수 야당이 무도한 입법독주를 일삼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상상해보라. 절대다수 야당에 의해서 장악된 국회가 독재적 일방통행 방식으로 정략적 입법을 거듭하고, 행정권마저 찬탈하는데도 이를 제어할 장치가 아무것도 있지 않다면, 그 나라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민주국가일 수 있나.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는 지금 백척간두에 서 있다.

 

국민을 위한 입법이 아니라, 당리당략을 위한 입법이라면 9차례가 아니라, 90차례 100차례라도 거부권은 발동돼야 한다. 절대다수 야당은 나랏빚을 자금으로 풀어서 민심을 사는 미래파괴 마약에 중독돼 있다. 국민은 망국으로 치닫는 그 악순환의 고리를 제대로 눈치채지도 못하고 끊어내지도 못한다. 믿을 곳이라고는 대통령의 헌법적 권리인 거부권밖에 없다. 나라 걱정을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면 지금이 얼마나 위험한 국면인지를 금세 알 수 있다.

 

국회가 제1야당의 초라한 하부조직으로 추락하고 있다.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썩어빠진 선거관리위원회는 신성불가침의 소도(蘇塗)에서 수상한 금줄을 치고 앉아 오불관언(吾不關焉)이다. 국회의 야당 독재를 막고 있는 유일한 방패막이인 대통령의 거부권 빗장마저 무참하게 부러질 위기에 처해 있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은 갖가지 망국지조(亡國之兆) 속에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형국이다. 정녕 이대로 망가지고 무너지고 말 것인가. 민초들은 언제까지 팔짱 낀 채 구경만 하고 있을 참인가. 애가 타고 피가 끓어오르는 요즘이다

 

  안재휘(安在輝)

-언론인/칼럼니스트

-34대 한국기자협회 회장

-() 인터넷신문 

미디어 시시비비(www.mediaccbb.co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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