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의 시시비비] 망국적 ‘적반하장(賊反荷杖)’ 정치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4-07-10 02:53:44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민주당이 드는 탄핵 사유, 잡담 소재로도 부적절한 가담항설(街談巷說)
군 장성을 청문회에 불러 모욕…장병들 절대로 봐서는 안 될 장면
민주당 탄핵 놀이, 공직자들 공포·무기력에 몰아넣기 위한 꼼수
‘칼’은 인류 최대의 이기(利器)이자 최악의 흉기(凶器)이기도 해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당장 민주당 일당 폭주 멈춰 세워야

 

 

의 표기는 본래 로서 ㅎ 말음 체언이었다. 이후 격음화가 일어나 이 되었다. 오늘날 이라는 음절은 대부분 도검을 지칭하는 이 의미로만 쓰인다. 한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 어떤 물체를 즉시 썰어버려서 목적을 달성하는 의 속성이다. ‘검사로 표현하는 것은 그들이 하는 일은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다. 그 소금 같은 기능 때문에 시대가 흘러도 그 존재가치는 빛을 잃지 않았다. 그것은 사회구성원들의 엄숙한 약속 같은 것이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검사(檢事)라는 용어와 관직이 등장한 것은 갑오개혁 이후인 1895325일의 대조선국 법률 제1재판소구성법(裁判所構成法)이었으니 올해로 만 129년이나 됐다. 그 이전에는 사법권과 행정권이 분화되어 있지 않아 범죄 혐의자를 구금(拘禁), 수사(搜査), 소추(訴追)하는 검찰 기관과 심리, 재판하는 재판 기관도 분화되지 못했다. 재판소구성법이후 판사와 검사를 구분하여 판사는 재판을 전담하고 검사는 범죄 수사와 소추를 담당케 함으로써 검사가 독자적인 지위와 직무 권한을 갖게 되었다.

 

소금 기능의 검사(檢事)는 시대가 흘러도 존재가치가 여전해

 

일제 강점기를 거쳐 해방되고 난 뒤 공화국이 이어져 오면서 검찰이 일부 권력의 수족 노릇을 해온 어두운 역사도 있다. 정치권력의 앞잡이로서 반대자를 탄압하고 편파적인 사법처리를 일삼는 주구(走狗) 노릇을 해왔다는 오명도 없지 않다. 그러나 국민에게 검찰은 최소한 선악을 갈라 사회정의를 구현하고 나라의 발전과 평화로운 민생에 해악을 끼치는 나쁜 놈들을 잡아내는 최후의 보루처럼 인식돼왔다.

 

제아무리 치열한 대립이 빚어져도 최소한 검찰의 위상만은 함부로 훼손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로 작동해왔다. ‘그래도 검찰이 있으니 우리 사회가 이만큼 질서를 유지하고 산다또는 역사적으로 이 나라가 공산화의 비극을 모면하고 진화해나가고 있다는 명분만큼은 아무도 부인하지 않았다. 쿠데타를 경험하면서 한때 흔들린 대목이 없지 않음에도 검찰권이야말로 쉽게 건드려서는 안 되는 질서의 상징, 정의로운 로 여겨져 왔던 것이다.

 

검찰권이야말로 함부로 건드려서는 안 되는 질서의 상징

 

그런데 지난 4월에 치러진 제22대 총선 이후 더욱 가팔라진 국회의 기울어진 운동장 위에서 세계역사에 유례를 찾기 힘든 희한한 거대 야당의 독주(獨走) 참극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의 관행은 안 지켜도 된다는 궤변으로 법사위원장 자리를 꿰찬 더불어민주당이 법사위를 대법원, 헌법재판소보다도 더 강력한 인민재판장으로 만들었다. 청문회를 빙자하여 정부 통치의 근간인 공직자들을 차례로 불러 오만 누명을 씌워가며 망신 주기 연속극을 펼치고 있다.

 

우리 국민은 청문회에 불려 나온 전직 국방장관과 현역 해병대 장성을 마치 유치원생 다루듯 하는 정청래 법사위원장의 무도한 권력 남용 행태를 착잡한 마음으로 지켜봤다. 실질적 핵보유국이 돼가고 있는 북한과 국민의 생사를 걸고 국방을 책임져야 할 군대의 수장들을 일어서라’, ‘10분간 퇴장하라명령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사기를 먹고 사는 장병들에게 절대로 보여줘서는 안 될 장면이었다. 그런 망신을 당한 지휘부가 어찌 부대에서 영을 세우겠는가.

 

민주당, 청문회 빙자 공직자들 망신 주기 연속극 펼쳐

 

뿐만이 아니다. 갖가지 개인 비리 등으로 인해 사법부로부터 단죄를 당할 위기에 직면한 이재명 대표의 방탄을 위한 일극(一極) 체제를 완성한 민주당이 이 대표와 그 관련자 변호사들에게 공천을 주어 금배지를 달게 한 다음 벌이는 탄핵 유희는 더욱 기가 막힌다. 민주당은 현직 검사 4명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타깃이 된 검사들은 공교롭게도 이재명 전 대표나 민주당 연루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이다.

 

엄희준·강백신 검사는 이 전 대표의 대장동·백현동·성남FC 수사를, 박상용 검사는 이재명의 대북 송금 수사를, 김영철 검사는 민주당 돈 봉투 수사를 각각 맡은 전력이 있다. 민주당은 이들이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를 회유하거나 재판에서 위증을 교사한 의혹이 있다고 욱대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일방적 주장이고 선동용 의혹일 뿐이다. 객관적 사실로 확인된 부분은 거의 없다. 당연히 탄핵의 죄목으로 도저히 삼을 수 없는 내용이다.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오직 두령 한 사람 구하자고 협잡질

 

민주당 탄핵 놀이의 목적은 역연(亦然)하다. 탄핵이 목표가 아니다. 탄핵을 결정해 업무에서 손을 떼게 만드는 동시에 다른 공직자들을 공포와 무기력에 몰아넣기 위한 꼼수의 일환이다. 헌법 651항은 공무원이 그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배한 때에는 국회는 탄핵의 소추를 의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런 까닭에 탄핵권이 국회의 분명한 권한임에도 헌정사에 발휘된 사례가 거의 없다.

 

민주당이 거론하는 탄핵의 사유는 잡담의 소재로도 부적절한 가담항설(街談巷說)에 불과하다. 세상에 이런저런 의혹을 끌어모으다 못해 술에 취해 청사 어디 벽면에다가 똥을 싸서 처발랐다는 풍문까지 탄핵 사유로 집어넣었다니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그 엉터리 보복행태는 그들의 탄핵이 나라의 미래를 위함도 아니요, 국리민복을 증진하기 위함도 아니다. 오직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들의 두령 한 사람을 구해내기 위한 불순한 협잡질일 따름이다.

 

신뢰도 최하 등급 국회초갑질행태, 나라 발전에 백해무익

 

무소불위 행태를 거듭하는 국회 정청래 법사위가 조잡한 거대 야당의 탄핵 놀이 장난질을 위해 탄핵의 대상으로 지목하여 소추안에 이름을 욱여넣은 검사들을 불러 청문회를 연단다. 문자 그대로 산적도둑들이 몽둥이를 들고 포졸을 때려잡는 적반하장(賊反荷杖)의 어불성설 희극이 펼쳐질 판이다. 대명천지에, 대한민국에서 이런 추잡한 일이 버젓이 벌어지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검사들을 불러서 일어서!’, ‘앉아!’ 권세를 뻗치는 일은 상상만 해도 아찔하다.

 

통계청이 지난해에 펴낸 한국행정연구원의 ‘2022년 사회통합실태조사결과에서 국회의 신뢰도는 24.1%2021년보다 10.3%p 떨어져 조사 대상 기관 중 최하위였다. 같은 조사에서 검찰의 신뢰도는 45.1%, 법원 47.7%, 경찰 49.6%로 나타났다. 국민으로부터 가장 신뢰도가 낮은 국회 다수당 더불어민주당이 신뢰도가 더 높은 사법기관을 상대로 혼자서 벌이는 초갑질행태는 나라 발전에 백해무익하다. 아니, 이 나라를 송두리째 말아먹을 저열한 민주주의 파괴행위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는 금언 되새겨 독단 폭주 멈춰야

 

소수 여당과 양심 있는 비평가들이 수없이 지적하는 중에도 민주당의 도를 넘는 독단 행태는 도무지 멈추지 않고 있다. 급기야는 불순한 국회 청원을 핑계로 윤석열 탄핵을 도마 위에다 올리고 위험한 난도질을 준비하고 있다. 칼은 인류 최대의 이기(利器)이자 최악의 흉기(凶器)이기도 하다. 지금처럼 브레이크 없는 탱크처럼 막 나가다가는 머지않아 큰코다칠 게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칼로 흥한 자 칼로 망한다는 금언을 되새겨 지금이라도 독단 폭주를 멈춰 세워야 한다. 역사의 정의는 결코 그렇게 허술하지 않다.


  안재휘(安在輝)

-언론인/칼럼니스트

-34대 한국기자협회 회장

-() 인터넷신문 

      미디어 시시비비(www.mediaccbb.com) 대표


[저작권자ⓒ 미디어시시비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주요기사

+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