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휘의 시시비비] 중앙선관위, "사전투표관리관 현장날인" 민심 받들어야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4-03-11 02: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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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투표관리관 현장날인 준수하라’는 게 다수 민심
관인이 미리 인쇄된 투표용지, 얼마나 위험한지 실증적으로 확인돼
세계 각국, 투표용지의 공정성 제고 위한 다양한 장치 마련
‘사전투표관리관 현장날인’은 선관위 명예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

 

 

사람들이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유는 승패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는 선수들의 열정 때문이다. 그러나 운동경기에서 흥미를 보장하는 결정적인 요소는 룰 적용에 있어서 일체의 불균형이 없도록 노력하는 심판의 엄정한 경기 운용이다. 아무리 좋은 선수들이 많이 뛰는 경기라고 해도 심판의 중립성과 형평성,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가치와 흥미를 모조리 상실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선거관리의 공정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22대 총선 사전투표일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중앙선관위가 사전투표 용지에 투표관리관이 직접 현장날인 후 교부해야 한다는 민심을 받들지 않은 채 뻗대고 있는 것은 수상하기 짝이 없는 사태다. 끊임없이 제기돼온 사전선거 부정논란을 생각한다면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어깃장이다. ‘비용때문이라는 선관위의 논리는 허접하기 짝이 없다. 아무리 큰 비용일지라도 이 나라의 공정한 민주주의의 완성을 위해서라면 더 지출하는 게 마땅하지 않나.

 

비용때문이라는 선관위의 논리 허접하기 짝이 없어

 

지난 202021대 총선을 비롯해 근년에 치러진 전국단위 선거를 둘러싸고 여러 곳에서 불거진 선거부정 논란의 단골 이슈는 사전투표와 관련된 것들이었다. 공정선거를 의심하는 많은 국민의 주장들이 과도한 측면이 없지 않다고 하더라도 석연치 않은 대목을 지적하는 관점들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어 보인다. 승률 조작, 컴퓨터 해킹 조작, 투표함 바꿔치기, 개표 부정 등의 험악한 논란 자체가 대한민국의 수치(羞恥).

 

 

국정원이 지난해 선관위 전산망 침투를 시험한 결과 투·개표 관리 시스템이 언제든 뚫릴 수 있는 상태라는 치명적인 허점이 드러났다. 관인 날인 파일을 도용해 사전투표용지를 무단 인쇄할 수 있고, 유령 유권자의 선거인명부 등록뿐만 아니라 사전투표 여부도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이 국정원의 결론이다. 관인이 미리 인쇄된 투표용지를 나눠 주는 방식이 얼마나 위험한지가 실증적으로 확인된 셈이다.

 

국정원 시험으로 투·개표 관리 시스템 치명적인 허점 드러나

 

공직선거법은 사전투표에서도 투표관리관이 투표용지 사전투표관리관칸에 자신의 도장을 찍은 후 일일이 선거인에게 교부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선관위는 인쇄 날인으로 갈음할 수 있도록 한 공직선거관리규칙과 대법원 판례를 들어 관인 인쇄 방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이는 본말이 전도된 무식한 쇠고집에 불과하다. 선관위의 으뜸 존재 이유는 빠르고 원활한 선거가 아니라 일호차착(一毫差錯)도 없는 공정성 확보. 투표용지의 조작 가능성을 그대로 둔 채로 그냥 계속 가자는 선관위의 배짱은 도무지 어떤 진실에 닿아있나.

 

각종 선거에서 사전투표율은 꾸준히 늘고 있다. 202220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무려 36.93%를 기록했다. 사전투표가 선거결과의 향방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 엄정하고 빈틈없는 사전투표 공정관리의 중요성은 골백번 강조해도 넘치지 않는다. 아무리 작은 목소리라고 하더라도 투철하게 반영되고 수정돼야 한다. 조작 가능성이 있는 투표용지를 자기들만 아는 방법으로 보관하고 관리하겠다고 우기는 진짜 이유는 대체 무엇인가.

 

사전투표가 선거결과의 향방을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 아냐

 

세계 각국은 투표용지의 공정성 제고를 위한 다양한 장치를 두고 있다. 영국과 일본은 후보자 성명을 유권자가 직접 기재하는 방식을 쓰고, 프랑스는 후보자별로 용지를 따로 만들어서 지지 후보의 투표용지를 투표함에 집어넣는 완벽한 방식을 쓰고 있다. 투표용지의 위·변조를 막아 국민의 참정권을 최대한 보호하기 위해서다. 비밀투표라는 장점 때문에 투표자를 확인하는 일이 불가능하다는 약점을 파고드는 그 무엇인가에 대한 이유 있는 의구심은 무조건 씻어내야 한다.

 

 

지난 대선 사전투표에서 발생한 소쿠리투표사태와 가족 특혜채용비리 등으로 우리 중앙선관위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바닥 수준이다. ‘사전투표관리관 현장날인은 선관위의 명예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이슈다. 더 이상 야릇한 핑계와 어리석은 주장을 펼 때가 아니다. 더 훌륭한 인물의 선출을 위해서라면 국민은 더 많은 비용, 더 많은 투·개표 시간을 다 감당할 용의가 있다. 자유민주주의 선진국들이 전통적으로 느린 수개표를 고집해온 이유에 그 답이 있다

 

  안재휘(安在輝)

-언론인/칼럼니스트

-34대 한국기자협회 회장

-() 인터넷신문 

미디어 시시비비(www.mediaccbb.com)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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