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박병환] '쿼드'와 한미동맹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1-03-14 00: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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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전 주러시아 공사

3월 17일 미국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방한하여 쿼드 참여를 공식 요청할 것으로 예상

미국의 쿼드 참여 요청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한국은 이에 응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쿼드 플러스 참여에 대한 한국의 모호한 태도는 한국의 입지를 강화시켜 주기보다는 중국의 한국에 대한 기대수준을 높이고 미국의 한국에 대한 신뢰는 낮추는 결과를 가져다줄 뿐이다.

 

중국 견제를 목적으로 하는 다자안보협의체 쿼드312일 화상으로 첫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미국은 20208쿼드를 공식 국제기구로 만들 뜻을 밝히고 이어 한국을 비롯해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아시아 주요 나라들을 참여시키는 쿼드 플러스구상을 제시하였다. 그간 정부 고위관리들의 발언을 보면 한국은 상당히 소극적인 입장인데 중국을 의식한 결과로 보인다. 317일 미국 국무장관과 국방장관이 방한하여 쿼드 참여를 공식 요청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한국의 선택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쿼드는 2007년 개최된 미국, 일본, 인도 및 호주의 ‘4자 안보대화에서 비롯되었다. ‘법치에 기반을 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을 목표로 역내 다양한 도전에 함께 대응하는 것이 목적이다. 그간 참가국들은 정보 교환뿐만 아니라 합동군사훈련도 해왔다. 2019년부터는 매년 외무장관회담이 개최되었으며 정상회의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는 아세안 국가들에 대한 백신 외교, 핵심 기술 분야 협력, 동중국해 및 남중국해에서의 유엔 해양법 협약에 근거한 항행 보장을 위한 협력,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른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등이 강조되었다. 다만 참여국들이 중국과 경제적으로 밀접하게 얽혀있는 데다 중국이 쿼드에 강한 견제심리를 내비치는 상황을 고려한 듯 중국을 직접적으로 지칭하지는 않는 등 수위조절을 한 분위기도 읽힌다. 하지만 앞으로 미-중 갈등이 더욱 첨예화되는 경우 쿼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같은 안보기구로 발전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문재인 정부는 그간 어떠한 반응을 보였나? 지난해 9월 강경화 외교장관은 미국 비영리단체 아시아소사이어티가 개최한 화상회의에서 한국은 쿼드 플러스에 가입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다른 국가들의 이익을 자동으로 배제하는 그 어떤 것도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다라고 답변하였다. 이는 한국 정부가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39일 외교부 대변인은 쿼트 플러스 참여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해 아직 구체화되지 않은 구상에 대해 현 단계에서 정부 차원의 입장을 밝히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원론적 답변을 하였다.

 

그런데 이에 앞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인 모 교수가 38일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기고한 글에서 문재인 정부가 한미동맹에 대한 기여를 드러내어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정책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쿼드 플러스 참여를 숙고 중이라고 하였다. 이는 한국은 중국에 대해 위협을 느끼지 않지만 미국이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한다면 쿼드 참여 요청에 대해 성의를 보일 수도 있다는 뜻으로 읽힌다.

 

한미동맹은 6.25전쟁 이후 북한의 위협에 대처하는 데 미국의 도움을 받기 위해 당시 미온적이었던 미국을 설득하여 이루어낸 것이다. 우리 사회 일부에서는 한미동맹을 통해 우리가 얻는 안보 이익보다 미국이 냉전 시절 공산권의 봉쇄라는 전략 목표와 관련하여 얻은 이익이 더 크다고 주장한다. 어느 한쪽만 이익을 누리는 동맹은 국제사회에 존재하지 않는다. 북한이 적화통일 노선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한국은 한미동맹의 대안이 없는 데 반해 미국은 설사 한국이라는 동맹을 포기하더라도 감내하기 어려운 손실이 발생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처럼 우리가 더 필요로 하는 한미동맹의 법적 근거인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르면 양국의 동맹 관계는 한반도뿐만 아니라 태평양 지역을 대상 지역으로 하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의 쿼드 참여 요청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한국은 이에 응할 의무가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소위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중국에 대해 각을 세울 경우 우리 경제가 큰 충격을 받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안보상 중국의 위협은 전혀 상정하고 있지 않다. 우리 사회는 일본의 군사 대국화에 대해서는 지나칠 정도의 반응을 보여 왔다. 그런데 195010월 한국이 통일을 목전에 둔 시점에 군대를 보내 우리와 전쟁을 했고 결과적으로 통일을 무산시켰으며 현재 팽창주의적 행태를 보이는 중국에 대한 경계심은 찾아볼 수가 없다. 우리 사회의 이러한 모습은 어떻게 이해하고 해석해야 하나? 다른 한편에서는 쿼드 참여가 한미일 군사동맹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데 한국이 일본을 경계하고자 한다면 미국과의 연대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닌가? 일본을 통제할 수 있는 나라는 미국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이수혁 주미 대사는 "70년 전에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 “"(미국을) 사랑하지도 않는데 70년 전에 동맹을 맺었다고 해서 그것(한미동맹)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은 미국에 대한 모욕" 이라고 말하여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하였다. 이에 대해 미국 국무부는 "70년 역사의 한미동맹, 그리고 역내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미동맹이 이룩한 모든 것이 매우 자랑스럽다" ”한국은 이미 70년 전에 선택했다고 반박하였다. 쿼드 플러스 참여에 대한 한국의 모호한 태도는 한국의 입지를 강화시켜 주기보다는 중국의 한국에 대한 기대수준을 높이고 미국의 한국에 대한 신뢰는 낮추는 결과를 가져다줄 뿐이다. 이번에 방한하는 미국 국무장관은 한미일 삼각협력의 복원은 물론 쿼드 참여도 거론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우리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주목된다.

 

쿼드(Quad)

미국·인도·일본·호주 등 4개국이 참여하고 있는 비공식 안보회의체.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이 2020831쿼드를 공식 국제기구로 만들 뜻을 밝힌 데 이어 한국·베트남·뉴질랜드 3개국을 더한 '쿼드 플러스'로 확대할 의도를 내비치면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필자 소개>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

주러시아 대사관 경제공사 등 4차례에 걸쳐 11년 간 러시아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외교관이다현재는 각종 매체에 한·러 관계와 러시아에 관해 기고하고 있다.

 

▲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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