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거부권 행사 말아야’ 답변 63%, 행사해야 한다 31%
‘63대 31 다수결 존중, 55대 37의 다수결 무시’는 엉터리 민주주의
TV조선과 조선일보가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탯에 의뢰한 조사
‘김건희 특검법’을 놓고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대다수 언론이 대통령이 이를 받아야 한다는 쪽으로 견해를 몰아 왔다. 보수 언론들마저 몇몇 여론조사 결과에 기대어 그 기류에 편승하고 있는데, 이런 현상은 대체로 여론 만능주의에 빠진 우리 사회의 모순 한 단면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법의 집행을 말할 때 근시안적으로 접근해 무조건 법을 존중해야 한다는 주장은 케케묵은 야만 시절 무법천지가 일상이던 시대에나 통용되던 금언이다. 소크라테스가 했다던 ‘악법도 법이다’라는 말은 그 시대적 배경 속에서는 멋진 표현일지 몰라도 ‘법꾸라지’들에 의해 형편없는 법을 양산하는 입법독재가 횡행하는 오늘날 대한민국 사회에 ‘무조건’ 적용하기는 어려운 단언이다.
여론조사에도 비슷한 원리가 작동된다. 여론조사의 질문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결과가 달라진다는 사실은 이제 모두가 다 아는 상식이다. ‘김건희특검법’ 수용을 주장하는 사람들의 논거는 언제나 “국민 절대다수가 찬성한다”에서 시작된다. 제시되는 숫자들을 들여다보면 과연 그 말이 맞다. 하지만 조금만 더 따져보면 그건 말도 안 되는 억지 논법이다.
‘악법도 법’…입법독재가 횡행하는 한 금과옥조(金科玉條) 아냐
그런 쏠림이 왜 형평성에 어긋나는지는 며칠 전 본지에 게재한 「[안재휘의 시시비비] ‘김건희 특검법’의 패러독스(Paradox)」에서 충분히 피력했으므로 생략한다. 다만 조선일보와 TV조선에서 최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그동안 만연해온 “윤 대통령이 무조건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얼마나 한가롭고 편협된 관점인지를 논증하고자 한다.
이번 조사에서 이미 통과된 중립성이 완전히 거세된 특검법과 달리, ‘특별검사를 여야 합의로 추천하고, 특검 수사도 총선 이후에 시작하는 방향’에 대해서 찬성 55%, 반대 37%라는 결과가 나왔다. 질문 내용이 조금만 더 합리적으로 달라지면 답변도 달라지는 전형적인 케이스다.
물론, 특검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는 답변이 63%로, 행사해야 한다는 응답 31%보다 2배가량 높았다. 기왕에 논란이 된 만큼, 그 누구의 혐의든 엄정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정서에는 반대의 인식이 많을 수가 없다. 같은 방식으로 ‘김정숙, 김혜경 특검법’에 대한 의견을 물어도 찬반 비중은 같은 양상을 보일 것으로 확신한다.
‘김정숙, 김혜경 특검법’ 의견을 물어도 찬반 비중 같을 것
두 개의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하여 말하면, 특검법안을 누가 보아도 공정성이 인정되도록 바꾸고 실시 시기도 총선 이후로 미뤄서 실시한다면 국민이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게 상식임에도 불구하고 당파적 이익추구에 찌든 국회 절대다수 더불어민주당은 꿈쩍도 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래서는 안 된다. 그런 불순한 다수의 가없는 횡포가 온 국민의 정서를 왜곡하여 ‘바른 정치’를 그르치고 나라의 미래를 망치는 현상을 방관해서는 안 된다. 63대 31의 다수결은 존중해야 하고, 55대 37의 다수결은 존중할 가치가 없다는 엉터리 민주주의가 어디에 있나.
‘김건희특검법’은 폐기되어야 한다. 굳이 다시 가야 한다면 김정숙·김혜경 특검법과 함께 가야 한다. 그것도 도저히 안 되겠다고 한다면 법을 공정하게 바꾸고 시기를 조정하는 게 맞다. 지구상 어디에도 없는 희한한 특검법이지만, 그래서 나라가 조금 더 평화로울 수 있다면, 그 정도의 절차는 대통령이 양보하여 특검을 의혹 해소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86세대 정치권 퇴출에 ‘공감’ 응답 58%, ‘공감 안 한다’ 36%
이번 조선일보와 TV조선 여론조사에 포함된,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강조한 ‘86세대 퇴진론’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도 흥미롭다.
80년대 민주화 운동을 주도했던 1960년대생, 이른바 86세대가 정치권에서 퇴진해야 한다는 세대 교체론에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묻는 질문에 ‘공감한다’는 응답은 58%, ‘공감하지 않는다’는 36%였다. 60대(68%)가 가장 많이 공감했고, 70세 이상 62%, 50대의 60%가 공감한다고 답했다.
86세대의 나이는 지난해 말 기준 50대 중반부터 60대 중반까지인데, 퇴진 대상으로 지목된 세대에서 오히려 ‘6 퇴진론’에 높은 공감을 나타낸 부분이 눈에 띈다.
이번 조사는 TV조선과 조선일보가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탯에 의뢰해 성인남녀 1천 18명을 대상으로 지난달 30일부터 이틀간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활용한 전화면접 방식으로 실시됐다. <도표는 TV조선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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