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 모를 건배가 부러울 것이야 없는데 그믐달은 왜 동창에 주저앉아
먼동을 가로막을까...
[시]
빈 잔
이시찬
마침내 땅거미는 짙어지고 허름한 주막이 열린다
딱히 안주랄 것도 없는 값싼 쟁반을 껴안고 이 밤도 나는
대답 없는 잔을 부른다
삼경에 걸린 도시가 하나둘씩 꺼져가는데
건너편 식탁에는 넋두린지 희망일지 알 수 없는 '위하여'가
새벽으로 간다
속 모를 건배가 부러울 것이야 없는데 그믐달은 왜 동창에 주저앉아
먼동을 가로막을까
마중하고 싶은 새벽, 이정표는 과연 없는가……
빈 잔에 냉소가 흐르고 선잠 깬 주모가 하품 섞은 쟁반을 다시 차린다
그래, 한잔도 안 되는 한숨 한 줌도 못 되는 시름들
배신을 모르는 한잔에 오늘 밤도 하나둘씩 스러져 간다
흩날리는 낙엽 따위가 왜 슬프랴
회개하라 종소리 커지는데 동녘 어디에도 계명성은 보이지 않네
채워도 다시 채워도 늘 빈 잔
이시찬/시인
계간 『문학의봄』 발행인,
문학평론가,
문학의봄작가회 상임고문,
도서출판 『문학의봄』 대표,
[저서] 시집 2권,
장편소설 『여정旅程』
유성자/시 낭송가
수필가,
계간 『문학의봄』 신인상,
문학의봄작가회 작가상,
추보문학상,
수필집 공저 <아니, 그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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