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횡사 공천’ 등 속절없이 추락하던 민주당, 어부지리 기사회생의 변곡점 마련
조국혁신당이 등장한 이유는 정의당 등 진보정당의 경향적 쇠퇴와도 관련
![]() |
▲ 김대원 선임기자 |
# 4·10 총선이 끝나면 아마도 이번 선거 최대 변수로 조국혁신당이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창당 직후 가시화 된 지지율 급상승은 1985년 2·12 총선 직전 김영삼과 김대중이 손잡고 만든 ‘선명 야당’ 신한민주당 돌풍을 연상케 한다.
2심 유죄 선고로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조국 대표, 그 ‘사법리스크’마저 돌파해 버린 동력에 정가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아무리 변화무쌍한 한국 정치지만 가히 역대급 다이내믹이 아닐 수 없다.
‘지민비조가 아니라 비조지민’이란 말이 나온지도 좀 됐다. 민주당 지역구 후보를 찍으러 투표장에 나가 조국혁신당 비례대표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조국혁신당 지지하러 간 김에 민주당 지역구 후보를 고를 것이란 얘기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조국혁신당 지지층에 윤석열 정부에 비판적이나 이재명 대표도 선뜻 반기지 않던 유권자가 대거 합류한 것으로 보고 있다. 소위 ‘반윤·비명’ 유권자들이다.
수도권은 물론 충청과 PK, TK 지역의 중도 유권자까지 가세했다는 것인데, 조국혁신당을 지렛대로 ‘진보·중도 연대’가 이뤄진 셈이다. 물론 그 바탕엔 강고한 정권심판 여론이 존재한다.
이렇게 범야권 덩어리가 커지면서 접전지 민주당 지역구 후보 지지율도 동반 상승 중이다. 주로 수도권과 PK 지역이 그렇다.
# 조국혁신당 돌풍 배경으론 우선 타이밍이 거론된다. 창당 직후 이종섭 호주대사와 황상무 대통령실 수석 논란이 잇달아 터지자 정권 심판을 가장 선명하게 내건 그들이 주목받았다.
‘그동안 충분히 당했다’는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있다. 조 대표가 정치 일선에 등장하자 유권자들은 이제 김건희 여사의 논문 표절과 디올백 의혹, 주가 조작 그리고 한동훈 위원장의 딸 관련 시비에도 눈길을 보내게 됐다. 여권에 유리했던 ‘한동훈-이재명’ 구도를 조국혁신당이 희석시킨 셈이다.
덕분에 한동훈 비대위원장 등장과 ‘비명횡사 공천’ 등을 겪으며 속절없이 추락하던 민주당은 어부지리 기사회생의 변곡점을 마련했다. 지난해 ‘조국신당’ 창당설이 나왔을 당시 이같은 상황을 예상했던 전문가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돌아볼 때 정치는 역시 김대중 전 대통령 말대로 ‘살아있는 생물’이다.
조국 대표가 창당하면 범야권이 ‘조국의 강’에 다시 빠져 분열될 것으로 예측했던 여권으로선 당혹스러운 결과일 것이다. 최근 한동훈 위원장의 거칠어진 발언도 이 같은 국민의힘 기류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 조국혁신당을 둘러싼 여러 분석 가운데 한국 정치사 처음으로 민주당보다 왼쪽에 선 원내 교섭단체 출현 가능성을 예측한 것이 가장 흥미롭다.
조국혁신당이 무시 못할 세력으로 등장한 이유는 정의당 등 진보정당의 경향적 쇠퇴와도 관련 있으며 조국 대표 등이 그 공간을 흡수했다는 것이다. 그들이 민주당보다 더 진보적 정치세력을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진단이다.
전통적 민주 진영은 지난 1988년 4·26 총선에서 김대중의 평화민주당과 김영삼의 통일민주당이 동시에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한 바 있다. 당시 양당은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과 함께 광주, 5공 청문회를 도입했었다.
물론 조국혁신당 예상 의석수 10~15석은 교섭단체 20석엔 못 미친다. 그러나 민주당과 비례연합정당을 결성했던 시민사회 및 다른 제3 정당들과 연대한다면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조국혁신당엔 문재인 정부 청와대에서 국정기록비서관과 국정홍보비서관을 지낸 조용우 당대표 비서실장(순천)과 윤재관 전략기획본부장(광주), 한겨레신문 기자 출신으로 김부겸 국무총리 비서실 공보실장을 역임했던 김보협 대변인(화순) 등 광주·전남 인맥이 요직에 있다.
조국혁신당 상징색엔 광주의 하늘을 뜻하는 ‘트루블루’가 들어있다.
서울본부장 겸 선임기자 kdw34000@gjdream.com
[저작권자ⓒ 미디어시시비비.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