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행사장에서 소란 피우다가 끌려 나간 강성희 의원의 언행
…잔칫집에 하객으로 온 자가 대놓고 곡(哭)을 하는 행패’와 뭐가 다른가
기회를 악용하여 자신과 진보당의 존재감 과시하려고
…계획적으로 시위성 소동을 벌인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냐
김진표 의장이 소란 제압한 대통령실 경호원 비판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품격 있는 정치’를 언급한 것은 완전한 자기모순
지난 18일 강성희 진보당 의원이 전주에서 열린 전북 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대통령에게 전주의 민의를 전달한다면 소란을 피우다가 대통령실 경호원들에게 끌려 나간 사건을 놓고 야권의 선동 고질병이 도졌다. 이 사건은 본질적으로 ‘잔칫집에 하객으로 온 자가 대놓고 곡을 하는 행패를 부리다가 쫓겨난’ 사건이다. 대통령실 경호처는 국가원수의 경호를 위해서 세밀한 대응매뉴얼을 만들어놓고 있고, 그 매뉴얼에 따라 상황이 발생하면 기계적으로 움직인다.
강성희의 행동은 윤석열 대통령과 대중이 있는 공간에 함께 있게 된 기회를 악용하여 자신의 존재감, 진보당의 존재감을 과시하려고 시위성 소란을 피운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날 행사의 주제는 어디까지나 전라북도가 특별자치도가 된 경사를 축하하는 자리였고, 참석자들은 주제에 맞는 행동을 하는 게 품격에 맞는다. 악수하는 짧은 순간에 “국정 쇄신!”을 외치는 것은 일종의 함성(언어) 테러일 뿐 아무런 의미가 없다.
여당, 김진표 의장에 “‘중립 의무’를 지키라”고 강력 촉구
그런데도 김진표 국회의장은 국회 본회의장에서 일방적으로 강성희의 편을 들어 대통령실 경호원들을 비판했다. 김 의장은 “지난 18일 대한민국의 국회의원과 대통령 경호처 경호원들 사이에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국회의원은 한 사람, 한 사람이 국민을 대표하는 헌법기관”이라고 했다. 김 의장은 “과도한 대응이 재발하지 않도록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밝혔다.
김 의장이 대통령실의 과도한 경호를 비판하는 입장을 내자 여당은 ‘중립 의무’를 지키라고 촉구했고 한동안 소란이 벌어졌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즉각 “뭐가 과도하다는 거냐”는 등 고성을 지르며 항의했다. 민주당 의원들도 “경청하라”고 외치며 공방이 벌어졌다. 김 의장은 자기가 소란의 빌미를 제공하고도 “여야가 본회의장에서는 피케팅이나 야유, 함성을 자제하기로 합의한 절제와 관용의 정신을 되살려 국민 눈높이에 맞는 품격 있는 정치를 함께 만들어 가기를 간곡히 호소드린다”고 했다.
강성희의 행패 두둔하며 ‘품격 있는 정치’ 운운, 궤변 늘어놓은 셈
국민의힘은 거세게 반발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기자들에게 “특정 정당을 중심으로 국회의장이 나서서 발언하는 게 과연 바람직한지, 중립 의무를 지키는 것인지 신중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박정하 수석대변인도 “국회의장은 특정 정당이 아닌 국회의 대표”라고 했다.
국회의장의 발언을 원론적으로 지당한 말씀이라고 치더라도 스스로 모순을 드러내고 있다. ‘피케팅이나 야유, 함성을 자제하기로 합의한 절제와 관용의 정신’은 국회에서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대통령이 참석한 전북 특별자치도 출범식행사에도 당연히 적용돼야 할 엄격한 원칙이다. 결국 국회의장은 ‘야유, 함성을 자제’해야 할 행사장에서 행패를 부리며 ‘품격’을 지키지 못한 국회 소속 의원 강성희의 잘못을 두둔하면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품격 있는 정치’ 운운하는 궤변을 늘어놓은 셈이다.
행사장에서 누군가 따라다니며 “똑바로 하시오!”라고 거듭 외친다면?
국회의원 편을 들고 싶은 마음을 넉넉히 이해한다고 해도 김진표 국회의장의 훈시는 이렇게 했어야 옳다. “강성희 의원은 축하의 자리인지, 시위 현장인지를 구분하지 못하고 국가원수에게 행패를 부린 것은 대단히 잘못한 것이다. 국회의 품위를 손상하는 행동을 자제하기 바란다. 아울러 대통령실의 조치도 과도한 부분이 있지는 않았는지 성찰해주기 바란다”고 말하는 게 앞뒤가 맞는 당부였다.
불순한 의도를 품고 행사장에서 소란을 피운 행위를 정당화하는 듯한 국회의장의 발언은 완전히 틀렸다. 아니, 초록은 동색으로 굳이 출신 정당 더불어민주당과 우당(友黨)의 관계에 있는 진보당의 편을 들고 싶었다면 더욱더 세련되게 발언했어야 맞다. 김진표 의장에게 묻고 싶다. 제헌절 기념행사를 하려고 모인 자리에서 인사를 나누다가 갑자기 누군가가 손을 놓지 않은 채 “김진표! 똑바로 하시오!”라고 거듭 외친다면 당신은 어찌할 텐가. 다른 내빈들이 기다리고 있는데, 끝까지 경위들을 동원하지 않고 품위를 잃지 않고 그 행패를 다 받아줄 텐가? 이 문제에 관한 한 김 의장의 생각과 처신은 옳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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