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기간을 제외하고는 한미동맹의 ‘균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양국 관계 틀어져
-시진핑의 방한이 성사되지 못하였고 사드 배치 관련, 중국의 제재는 사실상 현재까지도 계속돼
-한일관계에서의 실패는 특히 한국을 국제사회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로 만든 것
-대러 관계는 화려한 수사에 부응하는 실질적인 진전은 기대에 미치지 못해
[특별기고-박병환] 문재인 정부의 4강 외교를 결산해 본다
문재인 대통령은 5년 전 취임식에서 ‘누구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하고 100대 국정과제 가운데 외교 분야에서는 ‘주변 4국과의 당당한 협력외교 추진’을 제시하였다. 문재인 정부가 외교 분야에서 거둔 성과를 2017년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중 4강 외교 분야 내용을 기준으로 평가해 본다.
첫째, 미국 조야를 대상으로 활발한 외교를 전개하여 한미동맹 저변 공고화, 연합방위태세 강화 및 한ㆍ미 간 현안 합리적 해결을 꾀하겠다고 하였다. 그러나 북미 정상회담이 열렸던 기간을 제외하고는 한미동맹의 ‘균열’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양국 관계는 틀어졌다. 출범 초에 중국 측에 소위 3불(사드 추가 배치, 미국의 미사일 방어 체계에의 편입 및 한미일 군사동맹의 추진 자제)을 약속하였고 임기 말에는 북한과의 종전선언 추진에 편집증에 가까울 정도로 매달렸다. 사드 배치는 이미 반입된 장비의 정상 가동을 현재까지 미루고 있다. 연합방위태세와 관련하여서는 정례적인 합동훈련의 규모가 축소되었으며 그나마도 야외기동훈련은 하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게다가 여권에서는 ‘북한을 자극한다’면서 매번 훈련 자체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쿼드에 관해서는 한미상호방위조약에서 규정하고 있는 동맹의 지리적 범위(한반도를 포함한 태평양 지역)를 고려할 때 긍정적으로 검토할 만도 한데 냉랭한 입장을 견지하였다.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가 이끄는 한국은 미국에는 동맹은커녕 믿을만한 파트너로도 생각하기 어려운 나라가 되었다.
둘째, 중국에 대해서는 양국 정상 및 고위급 간 활발한 교류ㆍ대화, 사드 문제 관련 소통 강화로 신뢰 회복을 통한 실질적 한중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 내실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한ㆍ중 협력 강화, 한ㆍ중 FTA 강화 등을 통한 경제협력 확대, 미세먼지 대응 등 국민체감형 사안 관련 협력 강화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결과는 허망한 수준이다. 코로나 상황을 고려하더라도 결국 시진핑의 방한이 성사되지 못하였고 사드 배치 관련, 중국의 제재는 사실상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과대평가하는 우를 범했는데 이를 증명하듯이 북핵 문제의 진전을 위해 중국은 이렇다 할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다. 2015년 12월 발효된 한중 FTA의 강화에 있어서도 실질적인 진전이 없었으며, 국민적 관심사이고 반중 감정의 한 요인인 미세먼지 문제 해결에서도 아무런 성과를 내지 못하였다.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함으로써 해양주권은 물론 우리 어민들의 생존권도 수호하지 못하였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2월 문재인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염두에 두고 3불 정책을 선언하여 안보 주권을 스스로 포기하였다. 나아가 대통령 자신의 중국에 대한 언행은 자주 대한민국 국민들의 얼굴을 뜨겁게 하였다. 5년간 중국에 대해 저자세로 일관하다 보니 중국의 한국에 대한 요구수준이 높아졌고 중국은 한국을 더욱 우습게 보게 되었다.
셋째, 일본과는 독도 및 역사 왜곡에는 단호히 대응하는 등 역사를 직시하면서 미래지향적 성숙한 협력동반자 관계 발전, 과거사와 북한 핵ㆍ미사일 대응은 양국 간 실질협력과는 분리 대응, 위안부 문제는 피해자와 국민들이 동의할 수 있는 해결방안 도출 등을 제시하였다. 문재인 정부가 한일관계에서 특히 잘못한 것은 징용공 배상 문제에 대해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서 규정하고 있는 협의 절차를 거부하고 2015년 위안부 합의 내용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한국을 국제사회에서 ‘약속을 지키지 않는 나라’로 만든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죽창가’를 부르며 피해자 코스프레만 하다 보니 이제 양국 관계의 정상화를 위해 사실상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매달리는 판이 되었다. 한일관계가 이렇게 된 것은 생각하면 할수록 기가 찰 일이다.
넷째, 러시아에 대해서는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전략적 소통 및 한ㆍ러 경제협력 강화를 통해 한ㆍ러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실질적 발전 추진, 정상교류를 포함 고위급 교류 활성화, 극동지역 개발 협력 확대, 북극ㆍ에너지ㆍFTA 등 미래성장동력 확충을 제시하였다. 문재인 대통령은 4강 중 러시아를 가장 먼저 방문하였고 방러 계기에 신북방정책을 천명하고 양국 간 협력 분야로서 ‘9개 다리’를 제시하였을 뿐만 아니라 북방경제협력위원회를 발족시켜 대러 협력 의지를 강하게 보였다. 하지만 화려한 수사에 부응하는 실질적인 진전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였고 2020년 수교 30주년이 양국 관계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었으나 코로나 상황 때문에 모멘텀이 사그라들었다. 실제로 극동지역 협력 확대나 한러 서비스·투자 분야 FTA 협상은 별로 진전되지 못하였다. 그런 가운데 올해 들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서방의 대러 제재에 동참함으로써 양국 관계에 걸림돌만 생긴 셈이다. 결국, 5년 전에 비해 양국 관계의 양적 질적 도약은 이루어지지 못하였다.
대러 관계를 제외하고 미국, 중국 및 일본과의 관계는 어쩔 수 없는 외부 요인이 없었음에도 악화되었다. 특히 미국과의 관계는 북한을 어떻게 봐야 하느냐에 있어 큰 인식차가 주요 요인이었다. 일본과의 관계는 과거사 문제와 관련하여 현재 국제사회에서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의 해결을 기대하며 감성적이고 무책임한 접근으로만 일관하였다. 대중국 관계에서는 과거 조선 시대에 만연하였던 중국에 대한 인식이 되살아난 탓인지 문재인 정부의 대중국 태도에 큰 문제가 있었다. 종합적으로 문재인 정부의 외교에 대해 점수를 매긴다면 낙제점을 주어야 한다는 국민들도 꽤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제 차기 정부에서는 국익 최우선 원칙에 따라 문재인 정부의 잘못을 바로잡고 나아가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되찾기를 기대한다. 그렇다고 해서 대미 관계에서 미국 측의 요청을 무조건 수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은 아니다. 대일 관계에서는 실용적 접근이 중요하고, 대중 관계에서는 대립적 관계를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국격과 자존심을 허물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중국이 우리를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만드는데 미국 및 일본과의 긴밀한 관계가 도움이 된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마지막으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사실상 러시아에 대한 나토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더라도 러시아와 척을 짓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필자 소개>
박병환 유라시아전략연구소장
주러시아 대사관 경제공사 등 4차례에 걸쳐 11년 간 러시아에서 근무한 경력을 가진 외교관이다. 현재는 각종 매체에 한·러 관계와 러시아에 관해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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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병환 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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