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철학자의 걷기 수업’ -알베르트 키츨러(Albert Kitzler)

안재휘 기자 / 기사승인 : 2023-06-04 10: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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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전한 자기 자신과 마주하고,
내면의 진실된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어

발길을 딛는 단조로운 운동이 주는 리듬…
앞으로 나아가면서 점진적인 ‘변화’를 체험

 

▲ [새 책] ‘철학자의 걷기 수업

 

[새 책] ‘철학자의 걷기 수업

 

지금 이 순간, 충분히 행복해지고 싶다면 걸어라. -가장 단출한 인간 행위인 걷기행복한 삶을 관통하는 위대한 철학자들의 조언

 

 산책부터 하이킹, 등산과 같은 도보 여행을 통해 일상에서 벗어나 마음 쉴 곳을 찾고, 건강을 증진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철학자의 걷기 수업’(푸른숲)의 저자 알베르트 키츨러는 자연을 찾아 발길을 옮기는 걷기의 가치가 건강 유지나 힐링차원의 휴식 그 이상이라고 본다. 바삐 돌아가는 일상을 뒤로하고 자연 속을 여유롭게 걸음으로써 진정한 자기를 만나 행복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

 

 독일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철학가이자 걷기 예찬자이기도 한 저자는 대자연과 하나 되며 자기 자신의 중심에 가닿았던 크고 작은 걷기의 경험과 함께 걷기를 즐겨 한 역사적 인물들의 사례와 철학적 사유를 엮어낸다. 또한 노자, 소크라테스, 에피쿠로스 등 동서양 고대 철학자들이 행복한 삶에 관해 설파한 지혜의 말들을 인용하면서 행복에 이르는 근본적인 요소들을 걷기를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세세한 결은 다르지만, 동서양 고대의 현자들은 공통적으로 행복을 평온하고 균형 잡힌 마음의 상태로 봤다. 이런 상태는 외부 조건이나 타인에게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기 자신으로부터 길어내는 것이었다. 세네카는 그대 스스로 행복해지라고 했다. 이집트의 파피루스 문서에는 자신의 마음을 아는 자는 행복을 아는 자다라고 쓰여 있다.

 

 저자에 따르면, 사색적으로 자연 속을 걷는 활동을 통해 온전한 자기 자신과 마주하고, 내면의 진실된 소리에 귀 기울일 수 있다. 예부터 수많은 철학자가 이 단순한 신체 활동으로 도달할 수 있는 행복의 본질에 대해 이야기해왔다. 걷기가 삶에 미치는 힘을 일찍이 발견한 사상가들 중에는 걷기를 열렬히 예찬한 이들도 많았다.

 

 루소는 기꺼이 고독하게 산책해 악의적인 사람들의 무리를 벗어날 때 생동감 넘치는 내면의 만족감을 느꼈다. 자기 성찰을 위해 자주 멀리 여행을 떠난 괴테는 더 나아지고 싶다면 길을 떠나라고 했다. 가이바라 에키켄은 시시때때로 마음의 고요를 얻기 위해 일본의 명산이란 명산은 다 올랐다고 전해진다. 이들에게 자기의 중심에 가닿는 강렬한 걷기의 체험이 없었더라면, 오롯이 자기의 내면과 마주하는 경험이 없었더라면, 그 웅숭깊은 사유가 오늘날 우리에게 전해지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독일의 유명 철학자인 저자는 고대 철학에서 삶의 난관을 돌파하는 해결책을 찾아왔다. 그는 고대 철학자들이 설파한 좋은 삶’, ‘행복에 이르는 근본적인 요소들을 우리의 단출한 행위인 걷기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발길을 딛는 단조로운 운동이 주는 리듬을 느끼며 앞으로 나아감으로써 우리는 점진적인 변화를 체험한다. 명상하듯 평온하고 균형 있는 마음에 이르면 일상의 근심이나 걱정은 하찮아진다. 따사로운 햇볕이 피부에 닿는 걸 느끼며 나뭇잎이 바스락대는 소리를 듣고 매혹적인 대기의 분위기에 취해 가슴 가득 차오르는 순전한 기쁨을 맛본다. 간혹 악천후나 험난한 지형을 만나 헤매다 보면, 그저 자신이 할 수 있는 선에서 모든 것이 흘러가도록 내버려 두는 일 외엔 우리에게 허락된 것이 많지 않음을 겸허하게 배우기도 한다. 이 모든 일을 관통하는 핵심은 바로 자기 인식이다.

 

 침묵 속에서 홀로 자신의 생각에 젖어 걸어갈 때 () 이때 우리는 자기 자신의 상황, 타인과의 관계, 자신을 힘들게 하는 것 혹은 큰 기쁨을 주는 것들에 대해 사색하기 시작한다. 자연 속에서 걷는 일은 자기 자신과 함께하는 소풍이면서 자신만의 은신처를 소유하는 것과도 같다.’(17)

 

 

 

▲ 알베르트 키츨러(Albert Kitzler)

알베르트 키츨러(Albert Kitzler)

독일의 철학자·변호사·영화 제작자. 프라이부르크 대학교에서 법학과 철학을 공부했고, 동 대학원에서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라이부르크 법률사무소에서 변호사로 일하다가 서른한 살 되던 해인 1986, 남미로 1년간의 도보 여행을 떠났다. 그곳에서 영화 제작에 대한 열망을 되찾고, 방향을 틀어 12년간 영화 제작자의 길을 걸었다. 그가 제작한 20여 편의 영화는 전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수많은 상을 받기도 했다. 2000, 코르시카섬으로 떠난 도보 여행에서 그는 삶의 행로를 한 번 더 바꿔 다시금 철학의 길을 걷기로 한다. 특히 고대 그리스, 중국, 인도의 실천 철학 연구에 천착하여 2010년에는 대중을 대상으로 고대의 지혜를 널리 전파하는 학교인 MASS UND MITTE(절도와 중용)를 세웠다. 그리고 이곳에서 주로 고대 실천 철학을 바탕으로 한 상담, 강연 등을 진행하고 있다.

 

나를 살리는 철학이후 국내에 두 번째로 소개되는 철학자의 걷기 수업은 걷기 및 도보 여행에서 얻은 경험과, ‘걷기라는 행위를 통해 이르는 마음의 평온, 균형에 대한 수많은 철학자들의 지혜를 직조해낸 걷기 철학의 결정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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