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을 알기 위해 진정으로 노력해본 적이 있는가?” 브룩스가 책 전체를 관통하여 던지는 질문
『인간의 품격』, 『두 번째 산』을 펴내며 전 세계 베스트셀러 작가로 이름을 올린 데이비드 브룩스의 신작 ‘사람을 안다는 것’(웅진지식하우스)이 번역 출간됐다.
미국 저널리스트 출신으로, 저명한 자유기고가·작가로서 이름을 알린 ‘보보스’와 ‘소셜 애니멀’에서 해학과 풍자를 통해 시대의 흐름을 날카롭게 포착하던 브룩스의 글쓰기는 언제부터인가 달라졌다. 인간성과 공동체의 회복에 대해 타인과 연결돼 더불어 살아가는 삶에 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을 안다는 것’ 역시 물질적 가치를 지나치게 강조하는 사회에서 정신적 기쁨에 대해 고찰하게 해주는 책이다. 작가가 꾸준히 탐구한 ‘사람과 관계’라는 화두가 이 책으로 훌륭하게 완결됐다.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우리 삶에서 관계로 인한 기쁨을 만끽할 수 있을지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사람을 대할 때 지극히 소극적이고 방어적이었던 브룩스는 상대방을 깊이 알게 되는 경험을 통해 조금씩 변한다. 사람을 아주 깊숙이 알아가는 일이 상대방과 나 자신의 세계를 어떻게 넓혀가는지에 대한 경험과 연구, 사례들이 다양하게 펼쳐진다. 심리학, 철학, 문학, 신경과학을 넘나들며 길어낸 통찰은 한 가지 주제에 깊게 몰두한 저자의 저력을 보여준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잘 알지 못한다. ‘사람을 안다는 것’에 따르면 처음 보는 사람끼리 대화하면서 상대방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경우는 약 20퍼센트밖에 되지 않으며, 가까운 친구나 가족이더라도 35퍼센트에 그친다. 결혼한 지 오래된 부부일수록 서로의 마음을 읽는 정확도가 떨어지고, 그들은 상대방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일에 점점 무지해진다. 사실 굳이 수치나 연구를 뒤적이지 않아도 인간관계에 대한 어려움은 모두가 몸소 느끼고 경험했을 것이다.
살면서 고정관념과 편견의 대상이 되는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사람들이 나를 오해한다는 느낌을 받거나 다른 사람에게 투명 인간 취급당하고 있다는 느낀 적이 있는가? 반대로 자신이 타인에게 그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 이 책은 그동안 미처 생각해 보지 않았던, 혹은 회피해왔던 나의 인간관계 경험과 그 경험을 만들었던 나의 태도를 돌아보게끔 한다. “한 사람을 알기 위해 진정으로 노력해본 적이 있는가?” 브룩스가 책 전체를 관통하여 던지는 이 질문은 다른 사람과 관계 맺고 살아가는 일에 관해 한층 깊은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해 준다.
브룩스는 이 책을 통해 도덕성의 의미를 새롭게 구축한다. 철학자 아이리스 머독은 “도덕성이란 추상적인 보편 원칙을 따르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도덕적 행위란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정의롭고 사랑스러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고 비도덕적 행위란 다른 사람을 정확하게 바라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심은 사소한 행위의 누적으로 점차 위대해진다. 직장에서 신입사원을 반갑게 맞아주는 일, 친구의 목소리에서 불안을 눈치채고 괜찮은지 물어보는 일 등등…. 도덕성은 인생의 복잡한 상황에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브룩스의 전작들과 차별화되는 이 책의 백미는 ‘사람을 아는 것’에 관한 방법들이 매우 구체적으로 제시된다는 점에 있다. 관계에 관한 수많은 자료와 인터뷰 등을 통해 브룩스는 타인과 관계 맺는 자신만의 방법을 만들어낸다. 상대방을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정치적 성향과 의견이 다른 사람과는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 누군가의 인생 이야기를 들으려면 어떻게 질문해야 하는지…. 이 책의 궁극적 목적은 다른 사람을 올바르게 바라봄으로써, 그 사람이 자신을 소중한 존재라고 느끼게 만드는 기술을 능숙하게 구사하도록 돕는 것이다. 브룩스의 깊은 통찰과 신중한 접근에서 나온 방법들은 어떤 기술을 익혀서 숙달하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방식 그 자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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