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천체:세 자매 이야기』-조카 알하르티

이영 기자 / 기사승인 : 2024-06-24 01:3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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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 작가로는 최초 2019 맨부커 인터내셔널 수상작
조카 알하르티의 두 번째 소설…세계적으로 큰 호평과 찬사
-1960년대에 산유국이 되면서 부유해진 오만인들의 가치관과 사회 전체가 변화하는 과정을 면밀하게 추적한 소설
-오만의 격변기를 살아온 세 자매 이야기를 중심으로, 두 가문의 삼대에 걸친 서사
-소설에 나오는 세 딸, 급격한 사회적 ·경제적 과도기에 사회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여성성에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

 

 

 천체:세 자매 이야기’(서랍의 날씨)는 아랍 작가로는 최초로 영국 맨부커 인터내셔널 부문(2019)을 수상한 오만 여성 작가인 조카 알하르티의 두 번째 소설이다. 오만 최초로 영어로 번역된 작품으로 2019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의 영예를 안으면서 세계적으로 큰 호평과 찬사를 받았다. ‘천체(Celestial Bodies)’1960년대에 산유국이 되면서 부유해진 오만인들의 가치관과 사회 전체가 변화하는 과정을 면밀하게 추적한 소설이다. 오만의 역사적 배경 속에서 인물들의 삶을 흥미롭게 그려낸다. 오만의 격변기를 살아온 세 자매 이야기를 중심으로, 두 가문의 삼대에 걸친 서사를 다루고 있다.

 

 소설은 한 오만 가족의 삼대에 걸친 이야기를 따라가는 구성으로, 급격한 사회변화와 20세기, 그중에서도 특히 1960년대 이후로 산유국이 되면서 부유해진 오만인들의 가치관이 변화되는 과정을 면밀하게 추적한다.

 

 아랍 세계에서 소설의 하부 장르 중 하나인 역사 소설이 급격히 늘어난 가운데 등장한 이 작품은 독자들을 환기하는 역사를 배경으로 삼아 이야기를 서술한다.

 

천체의 중심에는 오만의 한 상류층 가족이 있다. 이들은 전통적인 방식을 유지하면서 사회적 변화는 잠정적으로 그리고 아주 미세하게 수정한 사회적 행동만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받는다. 하지만 사회적 변화가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을 통제하려고 애를 쓰는 이 가족은 이제는 사회적으로 용납할 수 없는 관계, 다시 말해 주인과 노예의 관계로 이뤄진, 말로 표현하지 못한 역사를 숨기지 못한다.

 

 강력한 가부장제 체제는 그동안 여성과 노예 남성에게 무자비한 힘을 휘둘렀고, 그로 인해 세대가 바뀔 때마다 각기 다른 개인이 태어나고 자라면서 고통받거나 그런 현실에 맞선다.

 

 우리는 베두인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한 유부남 가장이 혼인 관계를 파탄내는 모습을 목격한다. 전통적인 가부장제의 고루한 가치들을 고수하는 그의 아내는 손녀가 자신보다 낮은 신분의 남자와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관계를 맺는 식으로 전통적인 가치에 도전하자 그 관계 자체를 부인하는 식으로 자신의 권위를 세우려 노력한다.

 

 이 소설에 나오는 세 딸은 급격한 사회적 ·경제적 과도기에 사회가 제시하는 이상적인 여성성에 다양한 방식으로 대응한다.

 

 큰 딸인 마야는 부모에게 대들고 싶지 않아서 부유한 상인의 아들이 한 청혼을 묵묵히 받아들인다. 둘째 딸인 아스마는 배움을 추구하고, 화가지만 친척이라서 그런대로 괜찮은 사람과 결혼한다. 막내인 칼라는 어렸을 때 너는 나의 신부가 될 거라고 계속 말한 사촌을 기다리겠다고 고집을 피운다. 막상 그는 캐나다로 이주했기 때문에 끝없는 희망 고문에 시달리면서도.

 

 이 소설에 등장하는 젊은 세대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고향 마을에서 수도인 무스카트로 이사하고, 그들의 삶은 격변의 연속이다.

 

 이 소설의 구조는 복잡하면서도 매력적이다. 각각의 장들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중 하나인 압달라, 다시 말해 마야의 남편이 해설자처럼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 소설은 아랍 비평가들에게서 각 등장인물의 섬세하고 촘촘한 묘사, 역사적 깊이와 예리한 묘사, 독창적인 서술 구조로 찬사를 받았다.

 

 압둘라의 아버지는 노예무역으로 부를 쌓은 상인이며, 압둘라는 그의 아들로서 노예무역의 그늘 아래 살아간다. 압둘라의 인생은 친모의 죽음으로 항상 그늘져 있고, 아버지의 노예인 자리파가 그를 키우며 엄마 같은 존재가 된다. 압둘라는 아내인 마야에게서 정서적 만족을 추구하지만, 아내를 향한 그의 애정은 보답받지 못한다. 소설은 압둘라의 시선에서 다양한 등장인물이 각자의 사연을 풀어내며, 오만의 전통과 변화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이 소설은 주인과 노예, 인간과 초자연적인 정령, 현실과 악몽, 진정한 사랑과 상상 속 사랑 등 여러 대비를 통해 독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조카 알하르티는 영어로 번역된 소설을 쓴 첫 오만 여성 작가다. 2016년 소설 나린자로 문화, 예술, 문학 부문 술탄 카부스 상을 받았다. 이 책은 아랍어에서 영어로 번역돼 2019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에서 수상한 첫 작품으로 독일어, 이탈리아어, 세르비아어 등으로 번역됐다. 에든버러대학에서 고전 아랍 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무스카트에 있는 술탄 카부스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오는 29일 열리는 서울국제도서전에 참가해 한국 독자들을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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