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책] 『감정은 어떻게 내 삶을 의미 있게 바꾸는가』-로버트 C. 솔로몬

이영 기자 / 기사승인 : 2023-11-25 00:3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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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의 뿌리 깊은 이성 우위론 비판…“이성이 문제, 감정이 그 해답”
감정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능동적으로 하는 행동
감정과 이성은 세계를 구성하는 수단들…궁극적으로는 구별 불가능
감정은 본질적으로 이성적, 이성은 감정을 통해 삶의 가치와 접촉
감정 철학의 궁극적인 목적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되도록 돕는 것

 

▲ 『감정은 어떻게 내 삶을 의미 있게

바꾸는가』-로버트 C. 솔로몬

 

 서양 철학에서 감정은 오랫동안 이성보다 열등할 뿐 아니라 이성의 질서를 교란하고 혼란에 빠뜨리는 것으로 여겨졌다. 20세기 중·후반에 이성중심주의를 비판하는 사유들이 등장하고 나서야 감정 관련 주제들을 본격적으로 고찰하는 흐름이 형성되었다. 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감정, 정동, 느낌, 마음 등이 인문학과 사회학, 뇌과학 등의 분야에서 독자적인 연구 주제로 다뤄지고 있으며, 사회와 문화, 예술, 정치, 심지어 경제 영역까지도 아우르는 탐구 대상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런데, 전문 학술 분야에서는 연구의 흐름이 두드러진 반면 대중적인 인문 교양 분야에서는 심리 치료나 자기 개발에 초점을 두고 감정을 들여다보는 경향이 강하다. 이렇다 보니 감정을 깊이 있게 다루면서 일반인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고 흥미롭게 풀어낸 저서들을 찾기가 쉽지 않다.

 

감정은 어떻게 내 삶을 의미 있게 바꾸는가’(오도스)의 저자 로버트 C. 솔로몬은 영미권에서 감정 관련 주제들이 거의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하던 1970년대에 이미 감정 철학을 체계화했을 정도로 감정 연구에 선도적인 역할을 한 철학자다. 미국 텍사스대 철학과 교수를 역임한 그는 개별 감정 또는 감정 일반을 탐구하는 다수의 저서를 남겼는데, 그가 감정 철학의 이론적 틀을 세우고 체계화한 저서가 바로 이 책이다.

 

 1976년 더블데이 출판사에서 처음 나왔고, 초판본에서 현상학의 사변적인 내용을 빼고 감정과 삶의 의미에 관한 논의를 더 부각하는 방향으로 수정한 판본이 1993년에 해켓 출판사에서 나왔다.

 

 최근 번역 출간된 감정은 어떻게 내 삶을 의미있게 바꾸는가는 해켓 판본을 완역한 것이다. 이 책에서 솔로몬은 감정이란 비이성적이며 삶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문제이고 이 문제를 푸는 해답은 이성이라고 보는 서양의 뿌리 깊은 이성 우위론을 비판한다. 그가 보기에는 오히려 이성이 문제이고 감정이 그 해답이다.

 

 저자는 감정은 우리가 세계에 조율되는 방식이자 우리의 현실에 형태와 구조를 부여하는 판단들이라고 말한다. 판단으로서 감정은 삶을 구성하고 의미를 제공하며 우리의 관심사들과 목적들을 만들어낸다. 더 나아가 솔로몬은 감정 자체가 삶의 의미이고 우리의 세계라고까지 말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세계는 객관적인 세계가 아니라 주관적인 세계를 뜻하지만, 주관적인 세계는 객관적인 세계와 연동되어 있으며 주관적인 세계에서의 변화는 객관적인 세계에서의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감정은 수동적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능동적으로 하는 행동이고, 결국 우리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초판본이 나왔던 1970년대 당시에도 아주 도발적인 감정 옹호론이었으며, 우리 시대의 관점에서 봐도 여전히 도발적인 견해다. 하지만 솔로몬의 감정 옹호론을 이성의 역할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견해로 해석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감정과 이성은 둘 다 세계를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계를 구성하는 수단들이며, 궁극적으로는 둘을 구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감정을 통해서 그리고 이성을 활용해 어떤 사람이 되는가. 여기에 솔로몬의 감정 철학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압축돼 있다. 그 목적이란 바로 사람들을 이해하고 변화시켜 각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되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고 나와 너, 우리에게서 일어나는 변화가 사회와 세계의 변화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솔로몬에 따르면 감정은 본질적으로 이성적이고 이성은 감정을 통해서 삶의 가치와 접촉한다. 따라서 이성과 감정의 불필요한 갈등들을 제거하고 우리 인간을 이성과 감정이 조화를 이루는 전체로 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 솔로몬은 이성과 감정에 관한 기존의 철학적 범주들을 뒤엎고, 감정이 우리의 삶에서 얼마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지를 해명하면서 너무도 오래 부정당해 온 그 역할과 자리를 감정에게 되돌려 주고자 한다.

 

 솔로몬에 있어 중요한 것은 감정을 통해서 그리고 이성을 활용해 어떤 사람이 되는가. 이 문제에는 솔로몬의 감정 철학이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적이 압축돼 있다. 목적이란 바로 사람들을 이해하고 변화시켜 각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되도록 돕는 것이다. 그리고 나와 너, 우리에게서 일어나는 변화가 사회와 세계의 변화로 이어지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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