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경제신문 이성관 기자] 지난 달 18일 새벽에 있었던 화재로 인해 소실되었던 소래포구어시장이 한 달여 만에 영업을 재개했다. 하지만 상인들 입장에서는 화재 직후 상황과 크게 달라진 것은 없어 보인다.
시장은 정오부터 본격적으로 개장하지만 대부분의 상인들은 새벽부터 장사준비를 하고 오전에도 장사를 해 왔다. 그러나 지금은 일찍 나와도 손님이 없어 문을 일찍부터 열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시장상인 공아무개(여, 56)씨는 “예전보다 손님들이 줄다보니 일찍 나올 이유가 없어졌다”며 “구청에서 전기를 공급하지 않기 때문에 저녁 어스름이 되면 모두 챙겨서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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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부터 장사를 시작하던 예전과 달리 매대를 열지 않은 곳이 많은 소래포구 어시장 |
소래포구 어시장은 인근 어민들이 손수 갯벌을 메꾸어 만든 시장으로 1960년대 부터 지금과 같은 어시장이 형성되었다. 이렇게 역사가 깊은 소래포구 어시장 일대가 구청에는 등록되어 있지 않은 무등록 시장이다. 따라서 이곳에서 상행위를 하는 것은 원론적으로 노점상이고, 건축물 자체도 무허가 가건물이기 때문에 화재에 따른 보상을 할 근거가 없다는 것이 인천 남동구청(구청장 장석현)의 입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화재에 대한 보상 등의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같은 이유로 화재 발생 이전에는 제공하던 전기와 해수를 제공하지 않아 상인들의 반발이 크다.
시장상인 정아무개(남, 52)씨는 “가뜩이나 찾는 사람이 줄었는데, 전기가 없어서 저녁장사를 할 수 없다”며 “보상은커녕 전기나 해수도 제공하지 않으니 장사가 너무 힘들다”고 말했다. 이에 덧붙여 “우리는 가건물에서 장사를 하고 있었으나 사업자로 다 등록되어 있고, 세금도 제대로 다 냈는데, 갑자기 시장의 현대화를 반대하는 사람들이 된 것이 어이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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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재로 인해 비어버린 시장 내부 건물터 |
남동구청 김기봉 공경개발사업단장은 2019년부터 소래포구 어시장의 현대화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상인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화재지역의 시장상인 박아무개(여, 50)씨는 “소래포구는 (매대를 정리하고 있는 할머니를 가리키며) 저 할머니처럼 처음부터 이곳에 살던 어민들이 갯벌을 소쿠리로 퍼서 만든 곳인데, 현대화라는 명목으로 저런 분들 다 쫓아내면 소래포구라는 지역의 의미가 뭐가 남겠나”라며 한숨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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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재의 영향이 적은 지역상가에 인접한 지역에서는 오전부터 매대를 열었다. |
또 “원래 장사하던 사람을 다 쫒아내고, 새 건물지으면 무슨 소용이냐? 장사하던 사람들에게 공짜로 매대를 마련해주는 것도 아니고 비싸게 자리 값을 요구하는 것은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냥 나가라는 말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남동구는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소래포구 살리기 계획’을 수립하고 소래포구의 종합적 발전을 도모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 방안으로 각 분야별 소래포구 살리기 추진 체계를 구축하고, 불법시설물 정비단속반, 안전관리반 등 6개 대책반을 편성 운영하기로 했다. 특히 상거래질서확립반, 불법시설물정비단속반은 상설 운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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