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쭉날쭉’ 민심 혼란 부추기는 여론조사 개선 여부 주목
“녹음 목소리, 기계음 통한 ARS는 과학적 조사 아냐”
가상번호 응답률 최소 10%…소수점 아닌 정수로 결과 표시
한국조사협회 기준 공표…갤럽 등 34개 회원사 준수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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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사협회(KORA)는 정치·선거 여론조사에서 자동응답서비스(ARS) 방식 퇴출을 선언했다 |
국내 조사기관 34곳이 회원으로 가입한 한국조사협회(KORA)는 정치·선거 여론조사에서 자동응답서비스(ARS) 방식을 없애고 사람(조사원)이 진행하는 전화 면접 조사만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조치가 오류 허용치를 훌쩍 넘는 ‘들쭉날쭉’ 혼탁한 마구잡이 조사 결과 발표로 인해 민심 혼란을 부추기는 여론조사 시장이 개선될 것인지 주목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한국조사협회 소속 여론조사기관이 발표하는 대통령 국정 지지도, 여야 정당 지지율, 총선 관련 여론조사 등에 이 기준이 적용된다.
한국조사협회는 “특히 불특정 다수에게 대량 전송해, 녹음된 목소리 또는 기계음을 통해 조사하는 ARS는 과학적인 조사 방법이 아닐 뿐만 아니라 통신 환경마저 훼손하는 바람직하지 않은 방식”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조사협회에는 한국갤럽·넥스트리서치·리서치앤리서치·엠브레인퍼블릭·한국리서치 등 주요 여론조사기관이 다 포함돼 있어 이번 결정이 내년 총선 여론조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집중된다.
한국조사협회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일고 있는 정치·선거 여론조사 신뢰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며 자체적으로 정치·선거 전화 여론조사의 기준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한국조사협회는 ARS 단독 조사는 물론 ARS와 조사원 면접조사의 혼용도 허용치 않겠다고 강조했다.
한국조사협회 관계자는 “ARS는 거짓말을 해도 통제를 할 수 없어 초등학생이 선거 여론조사에 답하는 경우도 있다”며 “또 기계음이 조사를 하다 보니 응답률이 떨어져 정치 고관여층만 참여하게 되는 왜곡 문제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조사협회는 앞으로 소속 업체가 ARS 조사를 할 경우 이사회를 통한 제명 등 강력한 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또 전국 단위 전화 면접조사를 할 때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선거 여론조사 기준상 응답률은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할 경우 최소 10% 이상, ‘RDD’(전화번호 임의걸기)를 이용할 경우 최소 7% 이상을 달성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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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조사협회는 앞으로 소속 업체가 ARS 조사를 할 경우 이사회를 통한 제명 등 강력한 조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
휴대전화 가상번호는 3개 통신사에서 조사 시점에 개통돼있는 전화번호를 제공받는 방식이다. 지역·성별·연령대 등 개인정보도 함께 제공돼 응답률이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 RDD 방식은 가상의 전화번호를 생성해 무작위로 전화하는 것이라서 틀린 번호가 많고, 개인정보도 미리 알 수 없어 응답률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국조사협회 관계자는 “응답률 기준을 준수하기 위해 노력하겠다는 것”이라며 “다만 객관적인 조사 여건이 악화해 응답률이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 기준이 조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조사협회(KORA)가 내놓은 이 같은 조치는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발표한 일종의 ‘자정 선언’이다. 값싼 정치선거 여론조사가 남발되면서 응답자(국민)에겐 외면을 받고, 객관성·신뢰성을 깎아 먹는 것은 물론 선거운동 도구로까지 오·남용되는 심각한 상황에서 나온 고육책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조사협회가 아닌 한국정치조사협회에 소속된 리얼미터 등 19개 회사는 이 같은 한국조사협회의 발표를 반박했다. 한국정치조사협회 소속 한 업체 관계자는 “각 당의 싱크탱크도 ARS를 선호할 정도로 실제 결과는 ARS가 더 정확하다”며 “한국조사협회는 이전에도 ARS 조사를 안 한다고 했는데, 과거의 경우 선거가 임박하면 한국조사협회 회원사 절반 이상이 후보자들에게 ARS 견적을 내주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전화조사는 1300만~1500만원이 드는 반면, ARS는 300만~50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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