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공고 내부게시판에만 올려…구청 선거 담당자 아들 합격
합격 불가 판단 58명, 선관위 채용관련자 28명 고발·312건 수사의뢰
선관위 자료 비협조로 비공무원 채용 전반, 가족 관계 등 점검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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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익위, 선관위 채용 비리 353건 적발, 28명 고발 정승윤 국민권익위원회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이 1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선관위 공무원 경력 채용 전수조사 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
국민권익위원회가 지난 6월14일부터 8월4일까지 52일간의 전수조사를 거쳐 발표한 선거관리위원회의 경력 채용 실태 점검 결과(최근 7년), 고위공직자의 자녀와 선관위 내부 직원에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의심되는 채용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선관위의 대표적인 '특혜 채용' 경로로 알려진 이른바 '비다수인 대상 채용제도'를 통해 고위 공직자 자녀가 당일 추천을 받아 서류를 내고 면접을 거쳐 불과 하루 만에 채용됐다. 경력 채용에선 채용 공고를 내부게시판에 올리거나 같은 조건임에도 선관위 근무자에게만 가점을 부여하는 등의 '꼼수'를 동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권익위는 선관위 채용실태 전수조사단이 지난 7년간 경력 채용된 총 384명을 대상으로 전수조사를 실시한 결과 채용 비리 총 353건을 적발해 선관위 채용관련자 28명을 고발 조치하고 312건을 수사 의뢰한다고 11일 밝혔다.
총 162회의 채용 중 64%에 해당하는 104회에서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고 해당 절차를 통해 합격돼서는 안 되는 인원이라 권익위가 판단한 인원은 58명이다.
권익위가 추린 총 353건의 채용 비리 의혹은 크게 △5급 이하 임기제를 서류·면접전형 등 절차 없이 정규직 전환(31명) △합격자 부당 결정(29명) △채용절차 위반 등 세 가지 유형으로 구분된다. 주로 법과 규정을 위반해 내부 직원 및 가족 등에 특혜를 주는 관행이 이뤄졌다는 게 권익위의 판단이다.
⓵ 임기제 채용 뒤 시험도 없이 일반직 채용 -31명
11일 권익위에 따르면, 31명은 1년 임기의 임기제 공무원으로 먼저 채용된 뒤 아무런 시험을 거치지 않고 일반직 공무원으로 전환됐다. 임기제 공무원이 정년이 보장되는 일반직 공무원으로 전환되려면 서류·면접 시험을 포함한 경력 채용 절차를 거쳐야 하는데 이를 건너뛴 것이다. 이 가운데에는 ‘행정고시’라고도 불리는 5급 공채 시험이나 이에 준하는 승진 시험을 거쳐야만 임용될 수 있는 일반직 5급 공무원으로 전환된 경우도 3명 있었다.
⓶ 선관위 내부게시판에만 채용 공고 올려 단독 채용 -3명
3명은 선관위 내부 게시판에만 올라온 채용 공고를 보고 각각 단독으로 응시해서 일반직 7~9급 공무원으로 채용됐다. 처음부터 선관위에 연이 있는 사람만 응할 수 있는 채용이었던 것이다. ‘나홀로 채용’된 1명은 A구청의 선거 업무 담당자 아들이었고, 다른 1명은 B구 선관위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사람이었다.
⓷ 자격 요건 미달자 부정 합격 -13명
13명은 자격 요건에 미달하는데도 합격했거나, 자격 요건을 충족하는 다른 응시자가 탈락하는 가운데 합격한 경우였다. 이 가운데 4명은 응시 자격을 ‘35세 이하’로 제한한 채용해 35세가 넘는 나이로 응했는데도 합격했다. 합격한 13명은 일반직 7~9급 또는 임기제 공무원 ‘라’급으로 채용됐다.
⓸ 경력증명서 미제출 또는 부실 제출하고도 채용 -9명
8명은 경력 증명서를 부실하게 제출하거나 아예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채용됐다. 선관위에 계약직 공무원으로 근무 중이던 1명은 일반 임기제 9급 채용에서 ‘관련 근무 경력 1년 이상’이라는 요건을 채우지 못했다. 채용 분야와 관련 있는 근무 경력은 10개월뿐이었고, 다른 근무 기간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았지만, 이 응시자는 담당 업무를 명시하지 않고 전체 근무 기간만 적은 경력 증명서를 내서 ‘관련 근무 경력’을 1년으로 인정받았다.
6급 일반직으로 채용된 1명은 채용 과정에서 점수표가 조작된 정황이 발견됐다. 이 1명은 선관위에 임시직으로 이미 근무 중인 상태였는데, 일반직 채용 전형에서 한 항목 점수가 ‘15점’에서 ‘25점’으로 바뀌어 있었다. 권익위는 선관위 직원들이 이 1명을 합격시키기 위해 점수를 고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유 없이 탈락한 응시자들도 있었다. 7급 상당인 ‘라’급 전문 임기제 공무원 채용에서는 최종 3명이 합격돼야 하는 상황이었으나 2명만 합격됐다. 6급 상당인 ‘다’급 전문 임기제 공무원 채용에서는 최종 2명의 경력 수준이 동등했지만, 1명은 현재 선관위에 임기제 공무원으로 근무 중이라는 이유로 채용 공고상 근거 없이 가점을 받아 합격했고, 선관위 경력이 없는 다른 1명은 가점을 받지 못해 탈락했다.
권익위에 따르면 선관위는 5급 이하 임기제 31명을 서류·면접전형 등의 절차 없이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채용 공고를 시·구 선관위 내부게시판에만 올려 A구청 선거업무 담당자 아들, B구 선관위 비공무원 근무경력자 2명만 응시, 최종 합격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동일 경력자가 2명인데도 선관위 임기제로 근무 중인 사람에게만 가점을 부여해 나머지 1명이 탈락하거나, 경력 증명서로 확인할 수 있는 경력이 10개월뿐인 선관위 계약직에 대한 경력을 12개월로 과다 인정해 최종 합격시키기도 했다.
이밖에 타 부처 전입 채용 관련 응시 자격 요건인 '35세 이하'에 맞지 않는 '35세 이상자'가 총합격자 5명 중 4명에 달한 사례, 선발 예정 인원이 3명인데도 정당한 사유 없이 2명만 합격 처리한 사례 등도 있었다.
채용 절차 위반 사례는 총 299건이었다. 주요 사례로는 △선관위 내부 직원만으로 심사위원을 구성해 심사 △'관련 분야 실무경력 →선관위 실무경력'으로 응시자격 제한 △채용공고 기간 10일 이상→4일 단축 △폐지된 관리운영직군 신규 채용 실시로 사무총장 등 비서 임기 연장 등이 꼽혔다.
권익위는 이 중 허위공문서 작성,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에 해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312건을 대검찰청에 수사 의뢰했다. 여기엔 수사 의뢰한 사건에 연루된 인원만 400명이 넘을 것으로 권익위는 추산했다.
정승윤 권익위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비다수인 채용제도를 통해 지난 7년간 채용된 28명에 대해선 절차 위반 등 위법 사항이 없는 경우라도 특혜채용 여부 등의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돼 별도로 수사 의뢰 사항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또한 권익위는 고의성이 의심되거나 상습·반복적으로 부실한 채용을 진행한 것으로 보이는 28명의 선관위 공무원 및 심사위원을 고발했다. 고발 사례에는 △학사학위 취득요건에 부합하지 않은 부적격자를 합격 처리한 사례 △평정표상 점수 수정 흔적이 있어 평정 결과 조작 의혹이 있는 사항 등이 포함됐다.
권익위는 보도자료에서 "선관위의 자료 비협조로 비공무원 채용 전반, 공무원 경력 채용 합격자와 채용 관련자 간 가족 관계나 이해관계 여부 등은 점검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정 부위원장은 "선관위가 권익위의 지적 사항을 거의 대부분 수용했다"면서도 "자녀 특혜 채용, 부정 청탁 등 의혹은 본인 혹은 가족의 인적 사항을 확인해야 하는데, 개인정보 동의를 41%밖에 받지 못했다. 인사기록 카드나 인사시스템 접속 권한 등도 요구했으나 전부 받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부정 채용이 의심되는) 58명과 채용 담당자, 선관위 고위직, 인사 라인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결국 수사기관에서 확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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