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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
독감 백신을 접종한 후 희소성 신경질환에 걸렸다면 접종 전후 사정을 고려해 인과관계를 인정할 수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정준영)는 지난 18일 독감 접종자 A 씨의 유족이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피해보상 신청 반려 처분 취소 소송(2022누50771)에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A 씨는 2015년 전라북도 남원시 보건소에서 독감 예방접종을 맞고 두 달 뒤 길랭·바레 증후군 진단을 받았다.
길랭·바레 증후군는 면역체계 이상으로 만들어진 항체가 말초신경을 공격해 유발되는 것으로 추정되는 급성 마비성 질환으로 갑자기 다리 힘이 약해지거나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A 씨는 예방접종 피해 보상을 신청했지만, 질병청은 2017년과 2020년 두 차례 기각 결정을 내렸다.
A 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는데 2020년 사망해 유족이 소송을 승계했다.
2022년 6월, 1심은 A 씨 증상이 길랭·바레 증후군이 맞다고 판단했지만, 예방접종과의 인과관계를 인정하지 않아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A 씨의 증상이 예방접종으로부터 발생했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 이론이나 경험칙상 가능한 범위 내에 있음을 부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의료감정 결과 예방접종과 발병 사이 시간적 밀접성이 있고 ▲질병청도 '예방접종 도우미' 홈페이지를 통해 백신의 '드문 이상반응'으로 길랭·바레 증후군을 기재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질병청이 길랭·바레 증후군 외에 다른 질환의 존재가 의심된다는 막연한 가능성만 주장하고 있다"면서 "병명을 특정하거나 구체적인 주장,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전통적으로 예방접종이 길랭-바레 증후군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받아들여져 왔고 질병청도 예방접종 후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의 한 가지로 길랭-바레 증후군을 예시하고 있다"며 "비교적 최근에 이뤄진 일부 연구에서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과 길랭-바레 증후군 사이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과가 발표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A 씨의 증상이 예방접종으로부터 발생했다고 추론하는 것이 의학이론이나 경험칙상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A 씨는 예방접종 전 감기 증상을 보인 적이 없고, 오히려 A 씨의 감기 증상은 예방접종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질병청이 주장하는 사정만으로 A 씨의 감기 증상이 길랭-바레 증후군 관련 증상의 원인이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감정의는 '길랭-바레 증후군 관련 증상이 원인불명이라거나 예방접종이 아닌 다른 원인이 존재한다고 단정할 수 없어, 결국 예방접종으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취지의 소견을 각 제시했는데, 감정 소견을 배척하고 이를 신뢰할 수 없다고 볼만한 별다른 사정 역시 없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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