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명 지역구 14곳에 친명 자객 전진 배치 ‘저격’ 개시
조응천, “(비명계는) 도마 위 생선…고사 작전인지 모르겠다”
이상민 “도저히 같이할 수 없다면 결심을 해야 할 것”
하태경 “이재명은 정치 고수…윤석열 대통령이 배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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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표가 앞에서는 '통합'을 외치면서 뒤에서는 '자객 공천'을 음모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합 |
장기간의 단식을 마치고 지난 23일 당무에 복귀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복귀 일성은 ‘단결과 단합’이었다. 그는 “우리 민주당이 작은 차이를 넘어서서 단결하고 단합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6일 전직 원내대표를 한 자리에 모아 오찬을 가지면서도 “분열은 필패고 단결은 필승이란 각오로 저부터 솔선수범하고 앞장서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 대표 말의 진정성은 복귀 후 첫인사에서부터 의심받기 시작했다. 비명계 송갑석 의원의 사퇴로 공석이었던 지명직 최고위원 자리에 지난 27일 박정현 전 대전 대덕구청장을 임명하면서부터다. 박 최고위원은 자타가 공인하는 ‘원외 친명계’ 인사다. 그런데도 이재명 대표는 “박정현이 친명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기자들에게 능청을 떨었다.
박정현은 이 대표가 “체포동의안 처리 과정의 일로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기를 바란다”(23일)고 말한 그다음 날인 24일 친명 유튜브에 출연해 “그렇게 행동(가결)한 것에 대해서 용납하기가 쉽지 않다”고 언급한 사람이다. 특히 그는 비명계 박영순 의원 지역구인 대전 대덕에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비명계에선 “박 최고위원의 지명은 통합이 아니라 동지의 가슴에 비수를 들이대는 행위”(이원욱 의원) 라는 반발이 터져 나왔다. 역시 비명계인 윤영찬 의원은 박 전 구청장 발탁 이전부터 “당내 현역 의원이 있는 곳에서 최고위원을 뽑는 것은 누가 봐도 정치적 의도가 있는 것이고 당내 분란을 부추기는 것”(18일·SBS라디오)이라고 비판했다.
총선이 반년도 채 남지 않은 최근, 원외 친명계 인사들의 비명계 현역 지역구 ‘자객 출마’가 당내의 화두이자 일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당장 이원욱 의원 지역구인 경기 화성을엔 이 대표 경기도지사 시절 경기복지재단 대표를 지냈던 진석범 동탄복지포럼 대표가 ‘자객’으로 활보하고 있다.
원외 친명계는 위협적이다. 1000여 명이 모였다는 ‘더민주전국혁신회의’가 대표적이다. 이 모임을 실질적으로 끌어가고 있는 강위원 사무총장은 지난 8월 이 대표 특별보좌역에 임명됐는데, 그 역시 비명계 송갑석 의원이 버티고 있는 광주 서갑에 출마한다. 그는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때 경기도농수산진흥원 원장 등을 역임한 이 대표 측근이다. 지난 15일 광주서 열린 자신의 출판기념회에 “이재명 정부 개막을 위해 운명을 걸겠다”고 밝혔다.
당초 본인의 고향인 강원 강릉 출마를 준비하던 더민주전국혁신회의 상임운영위원장인 김우영 강원도당위원장은 최근 비명계 강병원 의원 지역구인 서울 은평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재선 은평구청장을 지내기도 한 그는 지난 26일 페이스북에 “곤궁한 처지의 당 대표를 겁박하여 알량한 기득권을 챙기려는 기회주의자들로 변신하는 걸 보며 (중략) 어찌 배신하는 자들에 분노하지 않을 수 있나”라며 은평을 출마 의지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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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계 지역구에서 자객공천을 노리고 있는 친명계 인사들 명단 |
원외 친명계는 비명계 다선 의원들도 겨냥하고 있다. 김기표 전 청와대 반부패비서관과 이경 당 상근부대변인은 이 대표를 등에 업고 각각 5선의 설훈(경기 부천을) 의원과 이상민(대전 유성을)의원에 맞설 기세다. 채현일 전 영등포구청장도 4선의 김영주(서울 영등포갑) 의원에 도전장을 냈고, 이정헌 전 선대위 대변인과 양문석 전 방통위 상임위원도 각각 3선의 전혜숙(서울 광진갑)·전해철(경기 안산상록갑) 의원 지역구에 뛰어들었다.
그 밖에도 부승찬 전 국방부 대변인(경기 용인병·정춘숙), 황명선 전 민주당 대변인(충남 논산계룡금산·김종민), 정진욱 당대표 정무특보(광주 동남갑·윤영덕), 김성환 전 광주 동구청장(광주 동남을·이병훈) 등 원외 인사가 저마다 이 대표를 앞세워 비명계 현역 의원 지역구로 향했다.
최근엔 이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여론조사도 발표됐다. 김어준 씨가 운영하는 여론조사꽃이 지난 11~12일 윤영찬 의원 지역구인 경기 성남중원에 대해 여론조사를 했는데, 친명계 원외 도전자인 현근택 민주연구원 부원장(14.6%)이 비명계 윤 의원(12.2%)보다 지지율이 높게 나타난 것이다.
비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조응천 의원은 지난 26일 한 라디오에서 현 비명계 상황에 대해서 "도마 위에 누운 생선이 언제 (칼이) 내려쳐 질지, 그걸 어떻게 알겠나"라고 표현했다. 이어 "지금 (지도부가) 이거 칠까 말까 (하는데), 누구는 옆에서 쳐야 된다고 하고 누구는 내버려 둬라 그러는 것"이라며 "결국 굉장히 포용하는 것처럼 하면서 '시간은 우리 편'이고, 고사 작전을 하는 건지 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비명계 이상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0일 "도저히 같이할 수 없다 그러면 사실은 결심을 해야 할 것"이라며 또다시 분당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의원은 이날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나 이 대표 체제가 갖고 있는 중대한 한계나 결함 때문에 앞으로 있을 공천이나 여러 가지 당무 운영에 있어서 공정치 못한 처사들이 많을 것이란 깊은 불신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목소리를 안 내고 있지만, 이 대표 체제의 결함이 크기 때문에 대표 전체가 퇴진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 전체 퇴진론을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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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 의원 /연합 |
[Back Up News] 하태경 “윤 대통령이 이재명에게 배워야”
하태경 국민의힘 의원은 30일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 쪽으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많이 배워야 한다"고 말해 ‘겉 다르고 속 다른’ 이 대표를 한 바퀴 돌려서 가격했다.
하 의원은 이날 오후 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이 대표에게 우리 당과 대통령이 배울 게 참 많다"며 "(이 대표는) 겉으로는 화합, 탕평을 이야기하지만, 속으로는 조용히 지금 (비명계를) 날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대표는) 조용히 자기편인 자객을 최고위원으로 갖다 놓았다"며 "그러면서 국민에게 주는 메시지는 굉장히 밝고 미래지향적이다. 하지만 내부에선 격렬한 파워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를 "정치를 잘하는 선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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