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철호 시장 임기 마쳤고, 황운하도 국회의원 임기 막바지
지연된 정의…이성윤은 기소 늦추고 김명수 법원은 재판 미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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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윗줄부터)송철호 울산시장과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 황운하 전 울산지방경찰청장,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 한병도(53) 전 청와대 정무수석./연합뉴스 |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1심 재판 심리가 11일 검찰이 기소한 지 3년 8개월 만에 종결됐다. 그 사이에 송철호 피고인은 울산시장 임기를 마쳤고, 황운하 피고 역시 더불어민주당 21대 국회의원이 되어 임기를 다 채워가고 있다.
이날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 사건 주요 피고인인 송철호 전 울산시장에게 징역 6년,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현 민주당 국회의원)에게 징역 5년,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또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박형철 전 민정비서관과 이진석 전 국정상황실장에게도 징역 1년 6개월이 각각 구형됐다. 재판부는 오는 11월 29일 1심 판결을 선고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건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문재인 청와대 내 여덟 부서가 송철호 민주당 울산시장 후보의 당선을 위해 ‘야당 후보 표적 수사’ ‘여당 후보 공약 지원’ ‘여당 내 경쟁 후보 매수’ 등의 방법을 동원해 조직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것이다. 당시 선거에서 송 후보가 울산시장에 당선됐고 이 사건 수사와 재판이 지연되는 동안 시장 임기(4년)도 다 채웠다. 송씨는 작년 울산시장 선거에도 출마했다가 낙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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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정에 출석하는 송철호 전 울산시장 / 연합뉴스 |
이 사건 공소장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 이름이 35번 언급돼 있다.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지난 2014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 당시 울산에 출마한 송씨의 토크 콘서트에 참여해 “30년이라는 많은 시간을 함께해온 든든한 동지”라며 “송 후보의 당선이 소원”이라고 했다.
이날 검찰은 피고인 15명 전원에게 실형을 구형하면서 “최상위 권력기관을 동원한 표적 수사, 나만의 공약 설계와 상대방 흠집 내기 등 유례를 찾기 어려운 최악의 반(反)민주적인 선거”라고 밝혔다. 이어 “송철호 시장은 임기 4년을 마쳤지만 준엄한 법의 심판을 받을 차례이고, 다른 피고인들도 보상 격으로 선망하는 공직을 부여받아 수행 중이지만 이제는 응분의 대가를 치를 시간”이라고 했다.
송철호 등 최후진술에서도 혐의 부인
송철호 전 시장은 이날 재판에서 최후진술을 통해 “(지난 2017년 9월) 처음 만난 황운하씨에게 김기현 당시 시장에 대한 수사를 적극적으로 해달라고 하는 대화를 한 사실이 없다”며 “첩보 전달 등이 있었는지 이 사건 수사 전까지 전혀 몰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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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판정에 출석하는 황운하 의원 / 연합뉴스 |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도 “(상대방을) 음해하고 네거티브를 해서는 선거에서 승리할 수 없고 그런 방식은 도리어 검찰의 방식인데 그래서 지금 검찰 정권이 실패하고 있는 것”이라며 “저에게 접수되는 수많은 공직자 반부패 사건은 당연히 반부패비서관에게 전달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고, (김기현 비위 첩보) 문서를 주면서 경찰에 내려 보내라, 어떻게 해라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했다.
그러나 검찰 수사에서는 ‘야당 후보 표적 수사’와 관련해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직원이 송병기 전 울산시 경제부시장으로부터 입수한 ‘김기현 첩보’를 가공해 이광철 당시 선임행정관에게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송철호 전 시장이 지난 2017년 10월 ‘당내 경쟁 후보 매수’와 관련해 청와대에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났으며, 송병기 전 부시장의 업무 수첩에 ‘(송철호의 당내 경쟁자인) 임동호를 움직일 카드가 있다고 조국 수석이 얘기함’이라고 적힌 사실도 드러났다.
임종석·조국, 추가 수사 대상
이 재판은 앞서 기소된 피고인 15명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밖에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국 전 민정수석과 이광철 전 민정비서관도 이 사건과 연루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 2021년 4월 임 전 실장, 조 전 민정수석과 이 전 비서관에 대해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세 사람이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고 밝혔다. 이 불기소 처분에 대해 국민의힘은 2021년 5월 항고했고 서울고검이 재수사 여부를 판단 중이다. 서울고검 관계자는 “울산시장 선거 개입 재판 결론 등을 참고해야 하는데 재판이 길어지면서 재수사 여부 결정도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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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명수 대법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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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연된 정의…이성윤은 기소 늦추고 김명수 법원은 재판 미뤄
울산시장 선거 개입, ‘친문’ 이성윤, 기소 결재 요청 3번 무시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의 1심 판결이 기소된 지 3년 10개월 만에 나오게 됐다. 당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기소를 지연시키고 김명수 법원은 인사권과 편법적 관리를 동원해 재판을 지체시켰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앙지검은 지난 2019년 11월 이 사건 수사에 착수했다. 그리고 2020년 1월 29일 송철호 당시 울산시장 등 13명을 기소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다.
우선 같은 달 13일 취임한 이성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은 기소를 여러 차례 가로막았다. ‘친문’ 검사로 알려진 그는 기소 전날 수사팀이 세 차례에 걸쳐 기소 결재를 요청했는데도 결재하지 않았다. 그러자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석열 대통령이 대검 지휘부와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을 불러 회의를 열고 기소를 결정했다. 이 회의에서도 이 전 지검장만 기소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수사팀은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국 전 민정수석과 이진석 전 국정상황실장에 대해 추가 수사를 진행했지만, 이 전 지검장이 또 기소 결정을 미뤘다. 결국 2021년 4월 이진석 전 실장만 기소됐고 임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은 불기소됐다. 당시 검찰이 임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에 대해 “범행에 가담했다는 강한 의심이 든다”면서도 기소하지 않아 논란이 됐다.
이 사건은 법원에서도 장기간 지연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소속 김미리 부장판사에게 재판장을 맡겼다. 김 대법원장은 한 판사가 서울중앙지법에 3년 넘게 연속 재임할 수 없다는 법관 인사 원칙을 어기면서 김 판사를 계속 중앙지법에 두고 재판을 시키는 교묘한 기술을 동원했다.
김 판사는 1년 3개월 동안 공판 준비 기일만 여섯 차례 진행하면서 유무죄를 가리는 정식 공판은 한 차례도 열지 않았다. 법원 정기 인사로 다른 판사들이 재판부에 부임해 첫 공판 일정을 정하자 김 판사는 2021년 4월 갑자기 질병을 이유로 휴직 신청을 냈다. 김 대법원장이 휴직을 허가했다.
김 판사가 나간 자리에 다른 판사가 왔지만 사건 기록을 처음부터 검토해야 해 재판이 늦어졌다. 작년 2월 해당 재판부의 다른 부장판사가 건강상 문제로 휴직하면서 재판부 구성이 또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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