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사드·CIA 정보전 실패도 반면교사…정보망 확충 절실
2026년 완성 목표 한국형 아이언돔도 재검토 필요
다수 표적 동시 요격할 수 있는 레이저 무기 등 개발 앞당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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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방공망 '아이언돔'이 가자지구에서 발사된 로켓을 남부 도시 아슈켈론 상공에서 요격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세계에서 가장 앞선 방공망으로 평가받던 이스라엘 ‘아이언돔’이 하마스의 벌떼 공격에 무용지물이 된 사태가 우리 군의 대비 태세에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다. 하마스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수준인 북한의 장사정포 등 무기들이 불시에 공격해올 경우 속수무책 당하고 말 것이라는 우려가 대두된다.
지난 5월 하마스가 로켓 270여 발을 발사했지만, 이스라엘 영토에 떨어진 건 3발에 불과했을 정도로 아이언돔은 강력한 성능을 자랑했다. 하지만 이번에 하마스는 개전(開戰) 첫날 최대 5000발 이상의 로켓을 이스라엘에 퍼부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수천 발을 한꺼번에 발사하는 물량 공세로 방식을 바꾸자 평균 요격률 90%를 자랑하던 아이언돔은 치명적 약점을 보였다.
이 같은 양상은 우리에게 강력한 경고로 다가오고 있다. 당장 북한이 휴전선 인근에 보유한 장사정포가 1000문이 넘고 시간당 1만 발이 넘는 포탄을 발사할 수 있다. 판문점에서 용산 대통령실까지 거리는 50㎞에 불과하다. 거기에 지난해 12월 드러났듯이 무인기가 한꺼번에 침투할 경우 탐지 식별 자체가 만만치 않다.
전략 전술 개발 등한시, 최첨단 무기체계만 맹신 치명적
현재 우리 군은 북한 미사일 방어를 위해 복합 다층방어체계 구축을 추진 중이다. 이 가운데 고도 10㎞ 이하는 북한 장사정포를 막기 위한 장사정포 요격체계(LAMD), 일명 ‘한국형 아이언돔’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국방과학연구소(ADD) 주관으로 약 3조 원의 예산을 들여 2026년까지 개발을 완료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한국형 아이언돔 사업 자체에 대한 차분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전략 전술 개발을 등한시한 채 최첨단 무기체계만 맹신하는 게 얼마나 치명적일 수 있는지 보여주는 반면교사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향후 예상할 수 있는 북한의 국지도발에 철저히 대비하려면 방심하지 않고 냉정함을 유지하는 준비 태세를 되새겨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이스라엘 방위군 대변인 “진주만 같은 순간 현실 됐다”
이번 하마스의 기습 공격은 세계 최강이라던 CIA·모사드의 ‘굴욕’을 의미하기도 한다. 미 CNN 방송은 이스라엘 양대 정보기관인 신베트(국내 첩보)와 모사드(해외 첩보), 방위군의 자산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누구도 하마스의 대규모 공격을 예측하지 못한 것은 놀라운 일이라고 평가했다. 만일 사전에 공격 정보를 입수했다고 해도 이를 막거나 피해를 줄이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해 "4차 중동전쟁 이후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가장 큰 실패 중 하나로 기록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정부 내에서도 하마스의 공격 징후를 파악해 사전에 경고하지 못한 이스라엘은 물론 중앙정보국(CIA) 등 미국의 정보력에 대해서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미국이 82년 전 일본의 진주만 기습 폭격에 허를 찔린 것과 같은 일이 '정보 실패'로 이스라엘에서 벌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스라엘 방위군의 조너선 콘리커스 전 국제담당 대변인은 "전체 (방위) 시스템이 실패했다"며 "이스라엘 시민들에게 필요한 방어를 하지 못한 것이 명백하다"고 CNN 방송에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에 진주만(일본의 기습)과 같은 순간이 현실이 됐고, 오늘 이후에도 현실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통적으로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중동 지역에 가장 광범위한 첩보망을 구축하고 충분한 자금력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중 모사드는 첩보영화에도 자주 등장할 정도로 우리에게도 익숙한 정보기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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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격훈련을 하고 있는 북한 장사정포 |
전문가·군 당국 “북 장사정포가 하마스 로켓보다 훨씬 강력”
장사정포 외에도 북한은 이번에 하마스가 패러 글라이더, 오토바이 등을 활용해 게릴라전을 폈던 것처럼 유사시 대규모 특수부대를 동원한 후방 침투 및 교란 전술 등 ‘하이브리드전’을 발전시키고 있어 이번 이스라엘 전쟁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011년 첫 실전 배치된 아이언 돔은 ‘진화적 개발’의 성공사례로도 주목받았다. 처음 실전 배치됐을 때는 지금처럼 많은 표적을 동시에 요격할 수 없었다. 요격할 수 있는 표적도 로켓·포탄 등에 국한됐고 미사일이나 드론은 요격이 불가능했다. 이젠 미사일·드론 요격도 가능할 정도로 진화했지만, 설계 역량을 넘어서는 ‘소나기·벌떼’ 공격에는 속수무책이었던 셈이다.
전문가들과 군 당국은 북 장사정포가 하마스 로켓보다 훨씬 강력하고 동시 공격 능력도 앞선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하마스가 이스라엘 공격에 주로 사용하는 까삼 로켓은 직경 60mm급의 조잡하고 작은 것부터 170mm급의 비교적 큰 것까지 다양한 형태가 있다. 사거리는 대부분이 최대 70km 이내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장사정포 도발 억제할 공세적 대책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군 당국 내부자료에 따르면 수도권을 겨냥한 북 장사정포는 개전(開戰) 1시간 내에 최대 1만6000발의 포탄·로켓탄을 수도권에 퍼부을 수 있다고 한다. 개전 10분 내에 최대 5200발을 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물론 이는 최악의 경우를 상정한 것으로 실제 북한이 쏠 수 있는 포탄·로켓탄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도 K9 자주포와 KTSSM(한국형전술지대지미사일) 등으로 북 장사정포를 타격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제타격을 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과 달리 장사정포는 현실적으로 북 1차 사격(기습)을 받은 뒤에야 대응 포격이 가능하다. 날아오는 북 장사정포 1격(擊)을 요격하지 못하면 우리가 얻어맞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북 장사정포 포탄·로켓탄 위력이 알려진 것보다 크지 않아 건물 안에 대피하면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이번에 이스라엘처럼 기습을 허용하면 상당히 피해가 생길 수 있다.
해궁 미사일이 1발당 10억 원에 달하기 때문에 다수의 미사일을 사용해야 하는 한국형 아이언돔 체계로 사용하기엔 너무 비싸다. 유도장치 등을 간소화해 가격을 낮춘다고 하지만 아이언돔의 타미르 미사일(1발당 5000만~6000만원 )보다 비쌀 가능성이 높다.
동시에 수백 발 이상이 날아올 경우 다 요격이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이에 따라 싼 비용으로 동시에 다수 표적을 요격할 수 있는 레이저 무기 등 가성비 있는 대응 수단 개발과 함께 장사정포 도발을 억제할 수 있는 공세적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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